사는 게 점점 더 답답해진다. 길을 물으며 길을 걷는다. 숲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깨끗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풍경으로 채운 캔버스 같다. 동목서 향기가 코끝에 진동한다.
송광사 돌다리를 다시 건넌다. 대웅전 앞에서 두 손을 모은다. 아직 삶의 화두를 찾지 못한다. 얻지 못하고 경내만 헤맨다. 해우소 앞 연못이 특이하다. 군데군데 파란 연못이 예쁘다. 물의 흐름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연못에 비친 하늘이 잔잔하다. 거울처럼 주변을 모두 반영한다. 다른 세계를 잇는 연결이다. 고인 물이 탁하니 반영도 탁하다. 흐르는 물의 정화를 생각한다. 비로소 새로운 답을 찾는다. 흐름의 이치가 고요보다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