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속리산 하늘 사이로 길이 난다. 아찔하지만 길게 이어진다. 솟구치다 내리꽂는 길이다. 한 순간 방심은 나락길이다. 청법대에 구름이 점점 박힌다. 문장대 모습이 시시각각 바뀐다. 백두대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천천히 걷다 보니 다시 만난다. 남쪽 바람이 부드럽고 단아하다. 경외가 깃든 생명을 움직인다. 하늘과 땅을 모두 채워 생동한다. 참매 한 마리가 바람을 가늠한다. 다람쥐 한 마리가 쫑긋 긴장한다.
비갠 속리산이 여전히 조용하다. 산객도 더불어 침묵에 빠진다. 단풍나무와 물푸레나무 향이 짙다. 서어나무가 한 발 물러나 웃는다. 저수지 무넘기가 하얗게 빛난다. 미끄러지듯 쏟아지니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