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푸른 산은 멀고 파란 하늘 아득하다. 미끈한 암봉 사이로 바람이 흐른다. 구불구불 절벽 사이 길이 경이롭다. 머리 위로도 아래로도 온통 바위다. 그 길에 든 사람 풍경이 아름답다. 길 위의 사람이 다시 길이 된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구름 떼가 능선으로 몰려든다. 하늘빛이 머잖은 어둠을 예고한다. 앉은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선다. 미끄러지듯 아래로 또 아래로 향한다. 위험한 구간을 지나 안도의 숨을 내쉰다.
느릿느릿 걸어 산 아래로 향한다. 빗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진다. 절집 처마에 걸린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이 불지 않고 흔들리기만 한다. 배롱나무 꽃 향이 한 가득 퍼진다. 묵은 절집에 깃든 자연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