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초겨울 풍경이 밋밋하기만 하다. 봄의 화려함이나 따뜻함이 없다.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은 아예 없다. 가을의 청명함과 화려함도 없다. 흰색이 자랑이지만 아직은 없다. 뚜렷한 특징 없는 허한 몰골이다.
조금 일찍 떠난 가을을 그리워한다. 고적한 쓸쓸함이 살며시 밀려온다. 무심천 벚나무 가지가 앙상하다. 버섯 한 무리가 신기하게 줄을 선다. 백화산 감나무에 홍시가 매달린다. 외로워 보이지만 고독하지는 않다.
떠나보내야 할 해넘이를 음미한다. 저녁노을이 초겨울 풍경으로 선다. 태풍의 눈처럼 빨간 회오리를 한다. 운명처럼 마주한 황홀한 모습이다. 북적대던 정자엔 벌써 기척이 없다. 어둔 저녁 풍경이 고요하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