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산자락 농가 한 채가 평화롭다. 늙은 부부가 농사 준비에 바쁘다. 전형적인 산골 사람들의 풍경이다. 영속성과 순간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물소리다. 녹음의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걷는다. 밭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간다. 우마마저 따라올 수 없는 길이다. 오직 사람만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고즈넉하면서 품격이 느껴진다. 서서히 장엄한 풍경이 드러난다.
사라지는 게 소멸은 아니다. 번뇌를 벼락처럼 몰아낸다. 청아한 물소리에 힘을 얻는다. 다툼과 탐욕의 마음을 버린다. 마음을 다잡는 수행의 시간이다. 고된 산행을 말없이 위로한다. 청정도량의 위엄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