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늦은 봄날 진초록 숲으로 걸어간다. 느릿느릿 하던 봄의 속도가 빨라진다. 어느새 숲의 세상이 여름옷을 입는다. 채도가 다른 초록이 여기저기 겹친다. 하얀 꽃 떨어진 자리에 파란 잎이 무성하다.
오솔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발밑 노란 꽃이 봐달라고 칭얼댄다. 길 옆 으름나무 향기가 좋다. 짙은 향기가 걷는 내내 따라 온다. 숲이 깊을수록 녹색의 향기가 짙다. 신록의 그림자가 한 없이 펼쳐진다.
초록이 선물하는 고요한 평화다. 번잡스러움을 대신하는 느릿함이다. 고즈넉한 길을 따라 한참을 간다. 숲이 호수처럼 초록물결로 출렁인다. 엽서 사진 속 풍경 한 장이다. 빨간 단풍 한 그루가 녹색 세상서 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