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한참동안 가풀막진 숲길이다.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진다. 마침내 마루금이 넓게 펼쳐진다.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산 속의 좋은 기가 분출한다. 습한 대기가 거봉을 넘는다. 하얀 운무가 마루금을 지운다.
산은 멀고 하늘은 아득하다. 봉우리 너머로 서풍이 분다. 메아리 없는 혼자만의 소리다. 조용히 절집으로 향한다. 내려가다 중후한 탑비를 만난다. 글 사리로 태어난 명문이다. 감로수가 돼 신혼을 적신다.
5월 봄볕이 머리에 화관을 쓴다. 산과 들과 호수에서 빛난다. 사람이 산에 드니 길이 생긴다. 길이 사람을 너그럽게 키운다. 넓게 받아들이니 용서함이다. 용서하고 받아들이니 편하다. 공존의 법칙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