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선운계곡 주차장 앞 건너편이 푸르다. 범상치 않은 풍모에 흠칫 놀란다. 나뭇잎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손바닥 반만 한 갸름한 달걀모양이다. 늘 푸르러 상춘등(常春藤)으로 불린다.
맑은 향기가 개울 너머로 몰려온다. 푸른 머리 천연기념물 송악이다. 수백 년 변치 않고 선운사 입구를 지킨다. 사시사철 푸름으로 기적을 보여준다. 절벽에 달라붙어 굵은 뿌리를 내놓는다. 세월을 웅변하고 험난함을 인내한다.
매일 밤 느리고 집요하게 벼랑에 올라선다. 줄기의 용트림으로 전투에 나선다. 의지 하나로 질곡의 역사를 참아낸다. 만개한 춘동백이 응원하니 외롭지는 않다. 달무리 진 봄밤 노병이 또 암벽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