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절집을 흐르는 물이 융단처럼 깔린다. 화려한 봄꽃들이 개화 준비를 한다. 물안개가 먼저 피어 고요를 깨운다. 돌 틈 비집고 선 버들강아지가 웃는다. 연초록 풀잎들이 함께 수런거린다.
겨울과 봄의 사잇길을 천천히 걷는다. 동백군락지 뒤편에서 산수유가 터진다. 화려했던 배롱나무만 아직 맨 몸이다. 싱겁게도 그 풍경에 눈길이 더 간다. 극락보전 옆 동백이 절정을 맞는다. 핏빛의 붉은 열정이 가슴을 뛰게 한다.
선운계곡 개울둑에 푸른 싹이 돋는다. 흐르는 물이 초록에 기운을 더한다. 시원한 물길이 산객들의 표정까지 바꿔준다. 마음 따라 각인된 여러 풍경이 지나간다. 선운사 절집에 서서히 봄이 깃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