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우석 주필의 풍경읽기 (2월 29일)

2016.02.28 14:51:34

[충북일보] 잠시 숨을 돌리니 수직암벽이 버틴다. 보는 것만으로 온 몸이 찌릿하다. 디딤 발을 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 오로지 팔의 힘으로 밧줄을 당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구간을 마친다.

저 아래 영국사가 멀리 보인다. 너른 바위능선을 연이어 지난다. 완만하게 조금 더 가니 정상이다. 맑은 하늘에 조망이 탁 트인다. 작은 산군이 올망졸망 포개진다. 차가운 바람이 안부마루를 지난다. 산 기운이 피부 속에 스민다.

천태산 봄의 전령이 얼굴을 내민다. 천년 노송이 바위틈에서 소리를 낸다. 수수한 민낯으로 봄기운을 전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법고를 울린다. 생명의 소리를 능동적으로 알린다. 잠에서 깬 절집 개구리가 바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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