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우석 주필의 풍경읽기 (2월 1일)

2016.01.31 15:11:42

[충북일보] 어둠이 커튼을 젖히고 물러간다. 온 몸이 차가운 분위기에 감전된다. 얼어버린 저수지 표면이 하얗다. 소나무 뒤로 하얀 눈발이 날린다.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회색의 구름 띠가 햇빛을 막는다.

동쪽 하늘이 성냥불처럼 타오른다. 해가 뜨자 사위가 발갛게 물든다. 여명의 기운이 한참을 간다. 소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껴 내려온다. 저수지 바닥이 발그레 달궈진다. 척박하고 추운 겨울이 지나간다.

이른 아침 저수지 위에 선다. 빛의 커튼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군데군데 다른 색감으로 떨어진다. 저편에서 주황의 커튼이 넘실거린다. 이편에선 분홍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아침나절 해와 바람이 부리는 요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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