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우암산이 먼 산처럼 보인다. 방송국 송신기에도 눈꽃이 핀다. 상당산성 너머로 이티봉 능선이 펼쳐진다. 소복하게 내린 눈으로 마루금이 하얗다. 순결의 처녀 허벅지처럼 곱다.
겨울 산을 걷고 또 걷는다. 느리게 걸어도 푹신함에 숨이 찬다. 하얀 눈에 빛이 따갑게 반사된다. 아주 잠시 설맹을 경험한다. 눈을 뜨고 다시 걷는다. 지나온 길을 굽어본다. 서쪽 기슭에서 찬바람이 올라온다.
눈이 그치고 바람이 분다. 하늘이 맑고 흐림을 반복한다. 스쳐 지나가는 구름도 없다. 조금 전과 닮은 듯 같지 않다. 겨울이 시나브로 산 속에서 완성된다. 마음을 닫았던 조급함을 후회한다.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