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대소와 소탄

2020.08.19 17:32:05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군 대소면은 1914년 일제에 의한 군면 폐합에 따라 충주군 대조곡면(大鳥谷面)과 충주군 소탄면(所呑面)을 병합하여 대조곡(大鳥谷)과 소탄(所呑)의 이름을 따서 대소면(大所面)이라 한 것이다. '대조곡(大鳥谷)'이라는 자연 지명의 뿌리는 '큰+새(사이)+골'이라는 의미일 것이라는 추정을 해 본 바가 있는데 그렇다면 '소탄(所呑)'의 뿌리는 무엇일까?

조선 시대에 '소탄면(所呑面)'은 본리(本里), 성산(城山), 부윤(富潤), 상대(上台), 하대(下台), 신촌(新村)의 6개 동리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행정 지명을 보면 각 면(面)의 면소재지를 '본리(本里)'라 하였다. 그러므로 소탄면의 '본리(本里)'는 '소탄면(所呑面)'의 면소재지로서 이 마을의 자연 지명이 '소탄(所呑)'이었기 때문에 '소탄면(所呑面)'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현재의 '소탄(所呑)'마을은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에 속하는 자연 마을로서 남쪽으로는 최성미가 있고, 북쪽으로는 각골이 있다. 본래 충주군 소탄면(所呑面)에 속해 있던 지역이었으나 1906년에 음성군에 편입되었다. 그후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본리와 성산리 등을 병합하여 성산리(최성미)의 '성'자와 본리의 '본'자 각 한 글자씩을 따서 '성본리'라 하고 대소면에 편입하였다. 일설에는 조선 시대에 연안김씨 문중의 소탄(所呑)이 기거했던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으나 이는 소탄이라는 음을 가지고 상상하여 만들어진 말로 추정되므로 실제로 지명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 말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소탄'의 '소'는 지명에서 주로 산이나 언덕의 지형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예가 많이 있으며 순우리말인 '솟다'에서 온 말로 추정이 되는데 '탄'이라는 음은 자연 지명에서 쓰인 예가 그리 많지 않 고 다만 한자로 표기된 지명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경기도 성남시 수진동의 탄리는 한자로 '炭里'라 표기하고 있다. 조선시대(朝鮮時代) 이전의 조세제도를 보면 현금 이외에 금은보화나 각종 곡물류와 소금, 명주나 무명 등 피륙과 숯이나 장작 등도 세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특별한 특산물이 없는 산간 지역에서는 세금(稅金)으로 숯을 내는 지역이 많이 있었을 것이며 숯을 만들기 위한 숯가마와 세금으로 받은 숯을 보관하는 숯 창고(倉庫)가 각지에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숯가마가 있던 골짜기나 숯창고가 있는 인근의 마을은 자연스럽게 숯골이라 불리었을 것이며 숯골을 한자로 표기하면 '탄리(炭里)'가 되는 것이다.

한자 표기를 보면 지명으로서의 의미를 알기가 어려워서 두 지명을 합성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합성 지명은 행정 지명이 만들어질 때 한자로 표기된 글자를 하나씩 따서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같은 이름이 여러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전국의 지명에서 '소탄'이라는 지명을 찾아보니

충남 서산시 수석동의 '소탄산', 충남 서산시 오남동의 '소탄말',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의 '소탄골, 바깥소탄골' 등이 있었다. 경남 양산시 동면 계석리의 금정산 자락에 있는 소탄바위는 옛날에 사람들이 이곳 동산에서 소를 방목하면서 일군들이 민가와 멀리 떨어져 주인이 잘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부터 소를 타고 이동하였는데 소의 등에 올라타기 위하여 이 바위를 이용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실제로 소를 타던 바위라고 하기는 어렵고 다만 '소탄'이라는 음으로 연상한 유래일 것으로 추정이 되며 주변에 '소탄'이라는 지명이 있거나 아니면 '소탄'이라는 지형의 인근에 있는 바위가 아닐까·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광하리에도 '소탄'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그 지형을 보면 계곡에서 내려오는 여울이다.

이상에서 보면 '소탄'이라는 지명이 주로 '산이나 계곡, 계곡을 흐르는 여울' 등의 지형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곡의 여울은 일반적으로 깊게 파인 골짜기를 흐르지만 지형에 따라 주변의 지형보다 그리 낮지 않은 곳을 흐르다가 폭포를 이루게 되는 경우에는 주변에서 볼 때 '솟아있는 지형을 흐르는 여울'의 의미를 가지는 지형이 존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탄'이란 '소(솟다)+탄(여울)'으로서 '솟아 있는 지형에 흐르는 여울'의 의미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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