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 삼성면 능산리에 황새말(황샛말)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황새가 많아서 황새말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도 황새울(黃石)과 황새말(鶴村)이라는 지명이 있다. 황새말은 양지면 양지리에 있는 마을 이름이고 황새울은 백암면 석천리에 있는데 두 마을은 황새로 인하여 생긴 이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황새말은 황새가 많이 날아와서 황새말이라고 하였고 황새울 또한 마을에 있던 큰 소나무에 황새가 항상 깃들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황새와 연관지은 유래를 가진 황새말이라는 지명은 보은군 내북면 상궁리의 '황새말'을 비롯하여 충남 공주시 송선동, 충남 부여군 장암면 정암리, 충남 청양군 화성면 광평리, 충남 부여군 내산면 묘원리,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가야리, 경북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양지리, 경기 화성시 정남면 계향리, 경북 봉화군 법전면 법전리, 경북 경산시 하양읍 대조리 등에 분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명에 나타나는 황새는 실제로 황새를 말하는 것일까? 오늘날은 황새가 멸종 위기에 있어 특별한 지역이 아니면 보기가 어렵지만 옛날에는 시골 어느 마을에서도 흔하게 황새를 볼 수가 있었다. 수시로 떼를 지어 이 마을 저 마을로 날아다니는 황새인데 어느 마을에 황새가 많이 날아왔다고 하여 그 마을을 황새말이라 부르고 다른 마을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명으로 삼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타당성이 적다고 하겠다.
또한 황새라고 하면 노란 색의 새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황새의 털은 주로 흰색이고 일부에 검은색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국어학자들도 황새의 '황'이 '황(黃)이 아니라 '크다'는 의미의 고어인 '하다'에서 온 것으로 '한(크다) → 황'의 변이로 보고 있다.
음성군 대소면에 있었던 옛 지명인 '대조곡(大鳥谷)'에서 '조곡(鳥谷)'은 '샛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며 '대조곡(大鳥谷)'이 '큰 산줄기의 사이에 있는 땅'의 의미라고 한다면 이 대조곡(大鳥谷)'을 한자로 표기하기 전의 자연 지명이 바로 황새말이 아닐까?
그렇다면 대조곡면(大鳥谷面)' 지역에 황새말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옛 대조곡면의 중심 마을인 대소면 소석리(韶石里)의 주변 마을을 살펴 보았다. 소석리(韶石里)는 본래 충주군 대조곡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소당리(韶堂里), 석격리(石格里), 삼한리(三閑里) 일부를 병합하여 소당(소댕이)과 석격(돌격골)의 이름을 따서 소석리라 해서 대소면에 편입되었던 것이다. 소석리에서 으뜸되는 마을이 '참나무배기'인데 이 마을의 서쪽에 '황새붕터'라 불리는 마을이 있고 한자로는 '봉황대(鳳凰臺)'라 표기하고 있다. 아마도 이 마을이 '황새말'과 같은 어원을 가진 말에서 변이가 된 것으로 본다면 '대조곡면(大鳥谷面)' 이라는 행정 지명은 이 마을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우리나라는 주로 산지로 구성되어 있어 지형적으로 산줄기와 같은 두 지형지물의 사이에 위치한 지형이 많이 존재하며 또한 이러한 지역에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꼭 필요한 물이 나는 샘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토가 있어 마을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므로 '샛골'이라는 지명이 전국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샛골'이라는 지명이 너무 흔하다 보니 주변에 있는 '샛골'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크다, 작다'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다 보니 '큰 샛골'이라는 의미의 이름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크다'는 의미의 옛말은 '하다, 감(곰)'이었으므로 '한샛골, 한샛말, 가마샛골, 가마샛말'을 재구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음성군 삼성면 능산리에 있는 '황새말'의 지형을 보면 금왕읍 내곡리에서 흘러오는 물길과 삼성면 대정리에서 흘러오는 물줄기의 사이에 위치하여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적합한 곳이어서 큰 마을을 이루어 사는 마을임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황새말이라는 지명은 황새와는 관련이 없고 '황(크다는 의미의 한)+샛말(사이에 있는 마을)'로서 산이나, 물 등 두 지형 지물의 사이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의미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