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샛골과 새말

2020.08.05 16:04:3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군 대소면의 옛 지명인 '대조곡(大鳥谷)'이 '큰 산줄기의 사이에 있는 땅'의 의미이며 여기에서 '조곡(鳥谷)'은 '샛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면 한자로 표기되기 전의 지명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정을 하면서 '샛골', 또는 '사이골'이라는 지명을 찾아보니

보은군 내북면 화전리의 '샛골', 내북면 두평리의 '샛골', 회남면 광포리의 '샛골'을 비롯하여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경기 이천시 안흥동,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지구리,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학담리, 강원도 홍천군 남면 신대리,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등에 '샛골'이 있으며, '사이 ㅅ'이 없는 '새말'도 결국 같은 이름으로 볼 수 있으므로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삼산리, 청원구 외남동, 청원구 북이면 화하리 등의 '새말'을 비롯하여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옥천군 안내면 동대리, 보은군 회인면 용촌리, 회남면 사음리, 수한면 노성리, 산외면 원평리, 보은읍 강신리, 산외면 장갑리, 탄부면 사직리의 '새말' 등 충북 지역만 찾아보아도 많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샛골'이라는 지명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말과 그 소리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결국 다른 이름으로 변경되는 수모를 당한 예도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건설하면서 그 이름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하여 결정된 것이다. 사람의 이름으로 도시 명칭을 만든 것이 최초일 뿐 아니라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을 생각하여 행정구역의 이름도 고운동, 아름동, 어진동, 새롬동, 한솔동, 보람동, 다솜리, 누리리, 한별리, 산울리, 해밀리 등 순우리말로 예쁘고 아름다운 한글 이름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세종시의 다정동에 오랫동안 전해오는 자연 지명으로 '샛골'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었는데 2017년에 주민들이 마을 이름을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여 '가온마을'로 변경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샛골'이라는 말의 어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었다. 샛골은 듣기에 따라 색(色)을 밝히는 '색골'로 들리면서 동네 전체가 호색한(好色漢)이나 탕녀(婸女)들이 사는 곳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동명(洞名)이 어른들은 물론 자라나는 아이들이 동네 이름으로 인해 자칫 집단 따돌림이나 희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마을 이름 변경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마을 이름을 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올리게 되었다. 계속해서 민원이 제기되자 명칭제정자문위원회 심의와 입주 예정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지역 전래 명칭인 '가운데말'에서 유래한 '가온마을'로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던 것이다.

'샛골' 또는 '샛말, 새말' 이외에도 '사이골, 사이말'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지명은 주로 전라도와 경상도 등 남쪽 지역과 강원도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새'를 '사이'로 발음하는 지역의 특성에 따른 사투리의 영향으로 보인다.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의 '사이골'을 비롯하여 경북 청송군 파천면 중평리, 광주시 광산구 남산동, 경남 사천시 서포면 금진리, 울산시 울주군 청량읍 중리, 전남 영암군 시종면 만수리,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삼거리,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단강리 등에 '사이골'이 있고,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의 '사이말'을 비롯하여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강원도 동해시 괴란동,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퇴곡리,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덕실리,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 등에 '사이말'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 조제리의 '샛골'은 잔도리(棧道里)와 분계 두 마을 사이에 있다 하여 '사이골'이라 부르다가 간곡(間谷)이란 한자 지명을 얻게 되었다는 지명 유래와 '사이'의 의미를 가진 한자 '간(間)'으로 표기한 것을 볼 때 지명에서 '새'는 '사이(間'의 의미임을 분명히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말'은 '사이'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하여 '샛말'로 불리게 되었지만 '새말'의 경우에는'샛말'이 줄어서 '새말'로 변이된 경우와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에서처럼 '새로 생긴 마을'로서의 '신촌(新村)'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므로 지명의 어원을 찾기 위해서는 마을이 생성된 역사와 그 마을의 지형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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