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기란 가는 새끼나 노끈으로 너비가 좁고 울이 깊도록 짠 네모꼴의 주머니로서 수천 년 겨레의 숨결을 담아내 온 우리 조상들의 생활의 필수품이었다. 양끝에는 끈을 달아 어깨에 메는데 지역에 따라 구럭이라고도 한다. 강원도의 산간지대에서는 주루막이라 하여 주둥이에 끈을 달아 두루주머니처럼 주둥이를 죌 수 있게 만들어 쓰기도 한다.
민간 설화에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다!' 어렸을 때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함께 자란 이들이라면 곧잘 들었을 말이다. 망태 할아버지의 위력은 엄청났다. 기다란 집게로 어린아이들을 집어 망태기에 넣고 사라지는 노인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아이들이 벌벌 떨었던 것이다.
다음 동요는 최병엽 작사, 한동찬 작곡의 '꼴망태기'라는 노래로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생활필수품으로 늘 곁에 두고 사용해왔던 망태기의 친근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언제부터 걸려 있었나
잿간 흙벽에 외로이 매달린
작은 꼴망태기 하나
그 옛날 낫질 솜씨 뽐내셨을 할아버지의 거친 숨결이
아버지의 굵은 땀방울이 찐득찐득 배어들어
누렇게 누렇게 삭아버린 꼴망태기 하나
할아버지가 아버지가 나무지겟짐 세워놓고
떡갈잎 물주걱 만들어 시원하게 목축이다 흘리신
바윗골 약수랑 싱그러운 들꽃 향기랑 소롯이 배어들어
바작바작 삭아버린 꼴망태기 하나
우리 겨레가 오랜 세월 써오던 망태기는 이제 플라스틱 바구니에 밀려 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누렇게 삭아버린 꼴망태기를 등에 메고 논밭으로 나가시던 옛날 우리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다. 또한 우리가 쓰는 말 중에 고주망태라는 말이 있는데 술에 몹시 취해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를 '고주망태'라고 한다. '고주'의 '주'를 '술 주(酒)'자로 생각하여 고주망태를 한자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고주망태는 '고주'와 '망태'가 합해진 순우리말이다. '고주'는 술이나 기름 따위를 짜서 밭는 틀을 뜻하며 옛 문헌에는 이 틀을 '고조'라고 했으나, 세월에 따라 지금의 '고주'로 변형되었다. '망태'는 새끼 등으로 엮어 만든 그릇으로, '망태기'와도 같은 말이다.
즉, 고주망태는 '술 거르는 틀 위에 올려놓은 망태'를 뜻한다. 술 거르는 데 사용한 고주와 망태는 당연히 술에 흠뻑 젖을 수밖에 없기에 고주망태가 술에 절어 인사불성이 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 된 것이다. 예로부터 술마시고 노래하고 즐기기를 좋아한 우리 민족이었기에 이렇게 술과 관련된 아름다운 우리말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망태골'이라는 지명에서 말하는 '망태처럼 생긴 골짜기'란 어떤 모양을 말하는 것일까?
망태기는 주로 새끼로 만드는데, 얼기설기 짠 망태기는 작은 물건이 빠져 나가기 일쑤이며 올이 작게 짠 망태기라도 면이 곱지 않고 우툴두툴, 울퉁불퉁할 수밖에 없다. 황해도 사투리 가운데 얼굴 망태기라는 말이 있는데 얼굴 곰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망태기 모양의 특성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것이라면 지형에서 망태기 모양은 당연히 평지가 아니고 오르락내리락, 울퉁불퉁해서 농토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한 땅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따라서 큰 산도 아니면서 농토로 사용하기에 불편한 울퉁불퉁한 땅은 그 모양이 망태를 닮았다고 해서 '망태골'이라 부른 것으로 추정이 되며 음성군 삼성면 선정리의 흥태동이라는 마을의 옛 이름이 '망태박골'이라면 '바위가 땅에 망태처럼 얼기설기 박혀 있는 골짜기'라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