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노동리

2016.08.10 13:38:1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노동리라고 하면 먼저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연상하게 된다. 사거리가 1천㎞ 이상이 되며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까지 타격할 수 있는 매우 위협적인 무기로서 미사일이 발사된 함경북도 함주군 노동리라는 지명을 따서 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노동당과 연관지어 볼 때 북한의 무기를 나타내는 말로 잘 어울린다. 대포동 미사일도 북한이 명명한 공식적인 이름이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장소인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옛 지명인 대포동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대포를 만드는 마을'임을 연상케 하여 미사일이라고 하는 대량 살상 무기를 나타내는 말과 지명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청주 공항이 들어선 비상리(飛上里)와 비하리(飛下里), 전남의 장성댐이 들어선 수성리(水城里), 경기도 가평의 발전소가 들어선 전탄리(電灘里) 등의 예처럼 오늘날 '댐, 발전소, 간척지, 비행장, 고속도로, 온천' 등으로 개발되는 곳들이 오랜 옛날 선조들이 만든 지명과 그 의미가 맞아 떨어지는 곳이 전국에 많이 있음을 강원대 김지견 교수가 '예언성 지명연구'라는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면 노동리라는 지명은 어떻게 해서 생겨난 이름일까?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노산리에 노동(蘆洞)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노산리에 편입되었다고 하며, 현도면 우록리의 갈골도 갈대 형국의 산이 있다하여 노동(蘆洞)이라 표기하고 있다. 가덕면의 노동리(盧洞里)는 갈대가 많으므로 갈울, 갈월이라 불리어 왔으며, 괴산군 문광면 방성리의 갈골은 전에 갈대밭이 있었다고 하여 노동(盧洞)으로 표기하고 있다. 진천군 백곡면의 갈월리도 '갈울, 노동(蘆洞)'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단양군 단양읍, 괴산군 소수면 수리에도 노동이라는 마을이 존재한다.

타시도 지역에도 보면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노동리(盧洞里)는 갈대가 우거져 있어 갈울이라 부르다가 노동(盧洞)으로 표기되었다고 하며,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노동리(蘆洞里)는 과거에 이 지역에 넓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어 갈골이라고 불리던 것을 한역한 것이라 한다.

그밖에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노동리, 용평면 노동리,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노동리, 철원군 원남면 노동리, 전북 순창군 인계면 노동리, 충남 공주시 유구읍 노동리, 충남 예산군 대흥면 노동리, 전북 고창군 고창읍 노동리, 전남 곡성군 삼기면 노동리, 전남 나주시 남평읍 노동리, 전남 고흥군 동강면 노동리, 경북 경주시 감포읍 노동리 등에 나타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와같이 지명에서 나타나는 노동리는 한결같이 갈대와 연관되어 있고 '갈'의 음을 갈대로 보아 '노(蘆)'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노현리의 갈고개를 노현(蘆峴里)로 표기하고 있는 것도 같은 예라고 하겠다. 그러나 들판에 어디에나 흔하게 분포해 있는 갈대를 가지고 지명으로 삼기에는 그 유연성이 매우 부족하다.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갈월동(葛月洞)이라는 곳이 있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 발행한 서울지명사전에 의하면 갈월동은 부근에 칡(葛)이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혹은 갈월도사(葛月道士)가 살았다고 하는 것에서 연유되었다고 전하는데 '울'을 '월'로 발음하다 보니 아무런 연고도 없이 '달(月)'이라는 음을 표기한 것을 볼 때 이 모두가 유사한 음을 가지고 연관지은 것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북한 지역에도 황해북도 연탄군 도치리의 노동이라는 마을이 원래 '갈월'이었으며, 황해북도 은파군 기산리의 '갈월', 황해북도 황주군 흑교리의 '갈월' 등이 있어 이러한 변화 과정이 언어 현상에 의하여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괴산군 연풍면 갈금리의 '갈거리'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라 하여 '갈길'이라고도 불린다. '거리'라는 말이 '갈리다'의 명사형으로 지명에 많이 쓰이고 있으며 현재에도 '삼거리, 사거리, 육거리'라는 말에 남아 있다.

이상에서 볼 때 지명에 쓰인 '갈'은 '갈라지다', '가르다'의 중심어소로서 지형이 산으로, 물길로, 또는 도로로 갈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래서 '갈라지는 곳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쓰이던 '갈울'이 '갈월'로 변이되어 쓰이기도 하고 한자로는 노동(蘆洞)으로 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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