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한 여름 개망초가 지치지 않고 핀다. 시골집 앞마당이 되레 예쁘다. 구름 낀 뒷산에서 들꿩이 운다.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한다. 저녁 하늘이 비스듬히 어두워진다. 가로등이 희미한 그림자를 만든다.
장독대 위로 굵은 비가 떨어진다. 처마의 낙수 소리가 호젓함을 더한다. 떨어진 물이 급류가 돼 흐른다. 지저분한 먼지가 말끔히 떠내려간다. 여름비가 저녁 풍경에 변화를 준다. 비 그치니 청아한 새소리가 들린다.
미원면 내산리 외갓집을 회상한다. 담벼락 밑 능소화가 농염하다. 옥수수는 이미 내 키보다 크다. 개울 앞 키 큰 미루나무도 보인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슬기를 잡는다. 보리 베어낸 밭에 고라니가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