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백신

2009.08.27 11:18:48

우리 몸에 병원균 같이 낯선 물질이 들어오면 이에 대한 방어체계가 가동된다.

면역작용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방어력의 여하에 따라 이물질을 제거해 정상상태로 돌아가거나 혹은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우리 면역계는 기억력이 비상해 한번 접촉한 병원체와 다시 접촉할 경우 재빨리 효율적인 방어체계를 갖출 수 있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전염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방법이 백신요법이다.

물론 제너가 처음 우두농양을 이용해 천연두 예방접종을 실시했을 때는 면역작용에 대한 기본원리가 알려져 있지는 않은 상태이었으나, 선각자의 예지에 의해 질병퇴치에 커다란 한 획을 긋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석영 선생에 의해 우두법이 보급됐다. 요즘은 신생아 때부터 기본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소아마비, 파상풍, 디프테리아 등의 질환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전무하다시피 됐다.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백신도 변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하거나 간이식술을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A형 간염백신이 동 나 긴급 수입이 필요한 것이 좋은 예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돼 백신은 전염병뿐만 아니라 암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백신은 우리 몸에 면역력을 길러주는 항원이 변하지 않을 때에만 유용하다. 유전변이에 의하여 새로운 형태의 병원체가 만들어지면 예전에 기억되어 있는 면역체계는 무용지물이 된다. 독감백신만 보더라도 그 전에 유행하였던 A형 및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약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종인 신종플루의 유행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제수준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퍼지는 이 때, 신종플루백신이 절실하지만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 보급하기까지에는 바이러스 배양, 정제, 안전성검사 등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백신요법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보고 있지만, 그 자체가 아무런 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독감백신도 고도로 정제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접종자의 5% 정도가 접종 후 8-24시간에 미열과 근육통을 호소하고, 약 1/3 정도는 접종부위가 벌게지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1970년대 새 독감바이러스에 대해 만들어 서둘러 접종하였던 미국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된 적이 있다.

"급할수록 돌라가라"는 말이 이번 신종플루 백신개발에도 해당되는 이유이다.

에이즈, 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질환이다. 전자는 바이러스, 후자는 말라리아원충에 의해 감염되는 전염병이기 때문에 백신개발이 성공하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해에 걸쳐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제백신연구소는 더욱 새롭게 개선된 백신을 개발하고, 이 백신들을 특히 개발도상국의 공중보건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전염성질환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지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기관으로 본부가 바로 우리나라에 있다. 앞으로 백신연구의 중심으로 나라의 위상을 떨치고 인류보건에 큰 공헌을 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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