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각 종류마다 2잔 정도가 적당량, 만성 음주자 암발생 위험도 높아

2007.07.20 11:12:29

주위에 술과 너무 친한 친구들이 많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항상 즐겁게 속아 넘어가는 말이 “딱 한잔만”, “저녁만 먹고 헤어지자”,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술은 별로” 등이다. 이 말을 믿고 같이 어울리다 보면 한잔이 두잔 되고 한 병이 되고, 1차로는 성이 차지 않아 2차로 이어지고 집에 가기 전 입가심으로 또 한잔으로 이어져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하게 된다. 음주운전만이라도 안하면 다행이다. 우리의 알코올 소비량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이며, 특히 독주소비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에 따라 술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한해 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20-30대에는 사고사가 중요한 사망원인인데 이들 중 많은 부분이 음주운전 탓이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우선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에 예방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담석증과 치매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일상생활의 스트레스해소로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적당량의 알코올(10∼15그람)섭취인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며 술의 종류에는 상관없다. 적당량이란 맥주, 소주, 포도주, 위스키 등 각종 술에 따라 나오는 잔으로 2잔 정도이다.
이 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은 도리어 건강을 해치게 된다.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알코올이 들어오면 간에서 알코올 분해속도가 항진된다. 이는 같은 정도로 취하기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이 필요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 몸의 신경세포도 점차 알코올에 적응돼 결국에는 술이 없으면(혈중 알코올 농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게 된다. 이런 상태가 계속 악화되면 술 없이는 못살게 된다.
간은 섭취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곳으로 술에 의해 기능이 저하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지속적으로 술에 노출되면 간세포에서의 지방산의 분해기능이 떨어지게 되어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이 된다. 더 진행되면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비(B)형간염의 후유증으로 간경화를 앓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사이는 알코올성 간경화환자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술은 또한 식도, 위, 췌장에 염증을 일으켜 상부위장관 출혈을 유발하거나 급성췌장염을 일으킨다. 술을 만성적으로 먹는 사람에게서는 암의 발생위험성도 높아지며 특히 식도암, 유방암, 구강암과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알코올은 심장근육의 수축력을 떨어뜨려 일시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나, 지속적인 음주 시에는 도리어 혈압이 오른다.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해 말초신경염, 기억력장애, 극심한 감정의 기복 등의 정신병이 유발된다.
우리 모두 절제할 수 있는 애주가가 된다면 술의 좋은 효과만 즐길 수 있다. 이제부터는 “딱 한잔만”으로 시작하고 그대로 끝내도록 하자.
/김승택 교수<충북대병원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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