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칼럼 - 돼지

2009.05.07 17:59:42

'돼지인플루엔자'에 대한 언론보도가 그치질 않고 있다.

과연 돼지에서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다.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하여 금겹살 값이 많이 떨어져 이제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겠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그사이 돼지를 사육하는 사람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기억에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본 적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돼지는 인류에게 매우 이로운 동물이다.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면서도 맛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소고기보다 값도 싸다. 그러다 보니 나들이 장소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곤 한다.

식육으로서 뿐만 아니다. 의학적으로도 돼지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해주고 있다.

요즈음에는 심장병하면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등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허혈성 심장질환이압도적으로 많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심장병하면 거의 다 심장판막증이었다. 심실과 심방, 또는 심실과 동맥사이의 '문'인 판막이 망가져서 제구실을 못하는 병으로, 대부분 어려서 앓은 류마치스열의 합병증으로 생긴다.

심한 경우 망가진 판막을 떼어내고 다른 판막으로 대체해 주어야 하는데, 이에 많이 사용된 판막이 돼지 심장의 판막이었다.

돼지는 심장의 생김생김이 인간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에 돼지 심장에서 떼어낸 판막을 가공하여 심장에 이식하면 인간 심장에 잘 맞는다. 또 다른 인공판막과는 달리 판막에 피떡(혈전)이 잘 생기지 않아 항응고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돼지 심장이 사람과 비슷하다 보니 새로운 심장수술법을 실험하기 위해서 단골로 사용되는 동물도 돼지이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부족으로 생기는 병이다. 심한 경우 인슐린을 주사해 주어야 하는데 오랫동안 돼지의 췌장에서 추출한 인슐린을 치료제로 사용하였다. 사람 인슐린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사람 인슐린을 대량 생산할 수 있었을 때까지 많은 당뇨병 환자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요즈음에는 목적에 따라 사람 인슐린을 약간 변형하여 사용한다.

요사이 줄기세포실험에서도 돼지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녹색형광물질을 내는 돼지' 등 최첨단 돼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소동의 근원은 돼지가 사람 인플루엔자. 조류 인플루엔자에 모두 감염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돼지를 중심으로 유전물질을 주고받아 변이를 일으키고 새로 생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돼지와 직접 접촉이 많은 양돈장 종사자 등에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차감염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돼지, 사람,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혼합된 형이다.

이런 유전자검사 결과를 토대로 명칭도 '신종 플루', '인플루엔자 A(H1N1)'으로 바꾸어 부르기로 하였다.

돼지는 오랜 통념과는 달리 깨끗하고 영리한 동물이라 한다. 사람이 더럽게 기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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