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빈혈의 종류

2008.01.24 21:02:00

김승택

충북대병원 내과

“피가 모자란다”는 빈혈은 실은 피(혈액) 속에 들어있는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이다. 골수에서 만들어져 혈액 내로 나오는 적혈구는 수명이 120일 정도 된다. 낡은 적혈구는 주로 비장(지라)에서 깨지고 부품의 대부분은 회수되어 다시 원료로 쓰인다.

빈혈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가 부족한 경우로 제일 흔한 철분의 부족으로 생기는 철결핍성빈혈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 한바 있다. 비타민 비12, 엽산이 부족해도 적혈구의 생성이 줄어드는데, 그 중 비타민 비12의 결핍은 빈혈뿐만 아니라 신경계의 이상도 가져온다. 서양에 많은 이 질환은 예전에는 그 원인을 몰랐을 뿐더러 심한 빈혈과 정신이상으로 치명적이었기 때문에 악성빈혈로 불렸다. 원인이 규명된 현재에는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받으면 목숨을 잃는 일은 없다. 비타민 비12의 흡수에는 위에서 생성되는 내인자라는 물질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위를 전부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타민 비12부족에 의한 빈혈에 걸리게 된다.

두 번째로는 혈액에 나온 적혈구가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파괴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골수에서는 적혈구를 더욱 더 많이 생산해내어 수요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만드는 수보다 더 많은 적혈구가 깨지게 되면 빈혈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를 용혈성 빈혈이라 한다. 적혈구의 수명이 단축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드물지만 선천적인 이상으로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도 있다. 수혈을 할 때 혈액형이 일치되지 않으면 들어온 남의 적혈구는 깨지게 되어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그런데, 자신의 적혈구를 남의 것으로 착각하여 파괴시키는 경우를 내과 영역에서 보게 되는 데, 이를 자가면역용혈성빈혈이라 한다. 왜 자신의 적혈구를 남의 것처럼 인식하는 가에 대해서는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원인을 모르는 수도 많다.

세 번째로는 적혈구를 만드는 공장이 부실해지거나 불량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이다. 골수자체의 문제이므로 적혈구뿐만 아니라 백혈구, 혈소판 등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다른 혈구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재생불량성빈혈, 골수이형성증, 골수로성빈혈 등 이름만도 어려운 질환들이 이 범주에 든다. 재생불량성빈혈은 요즈음에는 거의 쓰지 않는 클로람페니콜이라는 항생제를 많이 쓰던 시절에 우리나라에서 심심치 않게 보던 빈혈이다. 그외 여러 가지 화학물질, 방사선피폭 등이 재생불량성빈혈의 원인이 되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질환들은 골수검사를 통하여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골수검사를 하자면 힘들까 봐 걱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 골수검사는 병원에서 하는 정밀검사 중 가장 쉽고 안전한 검사이다.

이와 같이 빈혈의 종류와 그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빈혈진단을 받으면 무슨 빈혈인지를 정확히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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