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죽을 권리

2009.01.08 18:11:10

식물인간 상태가 지속되는 환자의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해야하는가에 대한 법원판단과 이에 따른 병원 측과 환자보호자 측의 입장차이 때문에 상당한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숨도 쉬지 않고 심장도 뛰지 않아 맥박도 없고 의식도 없어지면 "죽었다"라고 이야기해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과연 "죽음"이란 생물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일시적으로 멈춘 폐와 심장을 다시 소생시킬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자연적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폐와 심장을 인공적으로 즉, 인공호흡기나 심박동기로 지속적으로 움직여서 신체가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될 수 있게 됨에 따라 예전의 죽음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뇌파검사에서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전혀 찾아 볼 수 없게 되면 "뇌사"로 판정하고 이를 죽음이라 진단하는 법이 보편화되었다. 이 경우에는 의료진도 별 거리낌 없이 생명보조장치를 제거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아직 살아있는 만큼 환자가 생전에 장기기증을 약정한 경우에는 장기이식을 통하여 죽어가는 다른 생명에게서 새롭게 생명을 이어가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뇌파가 잡히지 않는 의식불명상태를 "죽었다"고 할 수 있느냐에 회의를 가진 의학자들도 있다. 누구나 죽었다고 인정하는 환자가 긴 잠에서 깨어나듯 의식을 회복하는 기적같은 사례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적이 일어나가를 기다릴 것인가· 누가 과연 판단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이 한 생명을 둘러싼 의료진-환자보호자-법원간의 논란의 핵심이다. 이번 기회에 충분한 토론을 거쳐 사회적인 해결책이 나왔으면 한다.

필자는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죽어가는 환자를 많이 접한다. 환자자신이 병을 알고 있고 병의 진행상태가 심상치 않으면 나름대로 죽음에 대해 준비한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소위 "험하게 죽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해주고, 병의 점차 진행하여 죽음에 이르는 경우에는 의료진도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인공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합병증이 생겨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밖에 없고, 이에도 불구하고 좋아지지 않을 경우 의료진과 환자보호자 모두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때는 환자의 의견을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나름대로 인간답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존엄사"의 논리도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더 나아가 불치의 병에 걸릴 경우 큰 고통 속에서 헛된 시간을 보내느니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안락사"를 두고 허용해야 한다는 측과 안된다는 측의 논쟁도 일부 나라에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답은 어디에 있을까· 과연 과학 또는 법이 답을 줄 수 있을까· 종교에서는 해답을 구할 수 있을까· 팔팔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정말 복된 인생이라고 절실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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