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혈전증

2009.08.06 10:37:45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렴에서 회복되는 도중 폐색전증이 발생해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폐색전증이란 폐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폐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그렇다면 혈전은 왜 생기는 걸까·

혈관을 흐르는 피는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혈관이 손상될 경우 그곳에서 출혈이 계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 혈액을 응고시키려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일단 혈액이 응고되면 거의 동시에 응고된 피를 녹이는 기능과 더 이상 응고가 진행되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작동해 필요 이상의 피떡(혈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혈액은 유사시 피가 응고되려는 기능과 이를 막는 기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혈액이 혈관 내에서 응고되는 질환을 혈전증이라 하는데 이는 첫째, 혈관 자체의 문제로 일어날 수 있다. 동맥경화와 같이 혈관벽이 거칠거나 좁아지면 혈전이 잘 생기게 되는데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부위에서 갑작스럽게 혈전이 생겨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이행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 경우는 동맥처럼 혈액의 속도가 아주 빨라 혈액응고가 일어나기 어려운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혈전이 생긴다. 두번째로는 혈액 내 혈소판과 응고인자들이 활성화되는 경우이다.

혈소판의 수가 많아진다든가, 암, 사고 등의 여파로 혈액내로 응고를 자극하는 물질이 흘러 들어오는 경우가 해당된다. 물론 아주 드물기는 하나 선천적으로 피가 잘 응고되는 유전적 요인을 타고 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혈액의 흐름이 정상보다 늦어지는 경우에 혈전이 잘 생긴다.

정맥을 흐르는 피의 속도는 동맥보다 훨씬 느리다. 또 정맥의 피는 이를 심장으로 보내주는 펌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하지의 혈액은 특히 속도가 느리다. 그나마 근육을 움직이면 혈류가 위로 심장을 향해 속도가 붙게 되지만 장시간 가만히 앉아 있게 되면 하지로 쏠린 피도 많아지고 피가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져(이를 저류라 한다) 혈전이 잘 생기는 조건이 된다.

몇 년 전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나서 내리다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건들이 보도된 적이 있는데 혈전증이 그 원인이었다. 다리의 깊은 정맥에 혈액저류에 의해 혈전이 생성됐다가 비행기에서 내리려고 움직이면서 떨어져 나와 심장을 거쳐 폐동맥에 이르러 동맥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폐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 사건들 후부터는 비행기 좌석간격을 넓혀 어느 정도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하고, 가끔 팔다리 운동을 하도록 안내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팔다리를 다쳐 기브스를 오래하는 경우에도 근육을 쓸 수 없고 그 안의 피가 저류돼 혈전증이 잘 생긴다. 장기간 누워 투병생활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임신을 해 태아가 엄마의 골반내 정맥을 눌러 혈전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혈전증을 방지 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장기간 누워있는 경우에도 자주 꼼지락거리고, 움직일 수 없는 경우에는 다리를 정기적으로 주물러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혈전예방치료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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