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세균의 항생제 내성

2009.01.22 19:16:29

올해는 다윈이 탄생한지 200년이 되는 해이다. 더욱이 다윈의 저서인 "종의 기원에 대하여"가 출판된 지 150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단순히 생물학적 관찰에 통해 진화라는 개념을 주장한 책이었으나, 타 방면의 생각에도 엄청난 영향를 끼쳐, 이를 기리기 위한 행사가 전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은 적자생존이다. 이 논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감염증의 원인인 세균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항생제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세균에 대해서는 언제나 패배자이었다. 폐렴, 결핵 등으로 쓰러지는가 하면 피부에 난 종창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였다.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다가 그 배지가 푸른곰팡이에 오염되니 배양되던 균이 죽는 현상을 보고하였는데, 잊혀졌던 이 논문을 재조명하여 푸른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을 추출한 사람이 체인과 플로리이다. 한편 독일의 화학자들에 의하여 설파제가 합성되어 상용화되었고 왁스만은 항결핵작용을 가지는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약제들은 우리가 "기적의 약'이라고 부를 정도로 현존하던 감염증에 탁월한 효과를 가져 이제는 인류가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게 해 주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한때 만병통치약처럼 쓰이던 페니실린은 요사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물론 "페니실린 잡"이라는 치명적 부작용도 있으나, 사실은 어느 때부터 듣지 않는 세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폐렴구군은 초기에 페니실린에 100% 죽었으나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폐렴구균의 70-80%는 페니실린으로는 죽일 수 없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폐렴구균이 페니실린에 내성(저항성)을 가졌다고 말한다. 폐렴구균 입장에서는 페니실린이라는 독한 물질을 만나도 살아남을 수 있게 진화한 것이다. 현대의 항생제개발의 역사는 세균 내성과의 숨바꼭질의 역사이다. 이제는 잡겠지 하고 새로운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하면 어느 사이에 그 항생제에 듣지 않는(내성을 가진) 균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성을 가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 하나가 항생제가 제 구실을 못하게 만드는 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자(플라스미드라 한다)가 한 세균에서 다른 세균으로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 플라스미드는 세균의 염색체에 존재하는 DNA와는 달리 세포질 내에 존재하면서 스스로 번식할 수 있다. 항생제에 노출되면 이 플라스미드를 가지는 세균만이 죽음에서 벗어나, 즉 선택되어, 번식함으로서 항생제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균에서 균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세균이 동일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세균이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내성균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려면 세균이 항생제에 노출되는 기회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즉, 꼭 필요할 때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세균감염증이 아닌 감기 같은 질환에 항생제를 남용하지 말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꼭 써야 할 때 못쓰게 되는 낭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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