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새로운 암치료법(2)

2008.12.18 22:57:20

암을 자라지 못하게 하려면 성장을 촉진시키는 물질(성장인자)이 세포막에 존재하는 성장인자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게 하거나, 성장인자와 성장인자수용체가 결합하여 생긴 신호를 세포내에서 저지하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암의 자라면서 필요한 주위 혈관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여 암세포를 고사시키는 것이다. 먼저 이야기한 단일항체는 성장인자가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성장인자와 성장인자수용체가 결합하여 생긴 신호를 세포내에서 저지하는 일련의 물질도0 개발되어 암치료에 쓰이고 있는데, 한 알에 얼마를 받을 것인지를 놓고 환자들까지 피켓을 들었던 글리벡이 그 효시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이름 그대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몇 년이 경과하는 백혈병으로 조혈모세포이식술(골수이식) 이외에는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병이었다. 이 병은 조혈모세포의 유전자 한곳이 잘못되어 발병하는데, 유전변이에 의하여 어떻게 암으로 발전하는지가 규명되었고, 이를 효과적으로 막는 약으로 글리벡이 개발되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사용되기 시작한지가 5-6년 남직 되었는데, 거의 모든 환자가 치료효과를 보면서 생존하고 있다. 예전 2-3년에 불과하던 생존기간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이다. 부작용도 크지 않아 나이 드신 분도 안전하게 복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효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아직 모르는 커다란 성공을 가지고 온 약이다.

이레사가 다음으로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폐암 등과 같은 고형암에 표피성 성장인자수용체가 많이 존재하는데 이를 통한 신호전달을 저지하는 약이다. 글리벡의 성공에 힘입어 대단한 관심을 모았었으나, 임상실험 결과는 참담하였다. 일부의 환자는 빠르게 진행하는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기도 하여, 개발한 제약회사에서는 시판을 중단하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임상실험결과를 자세히 분석해 본 결과, 전체적으로는 별 효과가 없더라도 흡연력이 없는 아시아 여성의 선암형 폐암에서는 효과가 분명함을 알 수 있어 현재는 이들 환자에서 선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어 수많은 신호전달억제물질이 임상실험을 통하여 그 치료효과를 검증받고 있는데, 그 중 수덴트라는 약물은 현대의학으로도 매우 어려운 신장암의 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 희망을 주고 있으며, 넥사바는 신장암 뿐만 아니라 간암에도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암주위에 자라는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물질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혈관생성인자를 직접 억제하는 아바스틴이란 단일항체의 효과도 대장암에서 효과가 입증되어 쓰이고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물질이 개발되어 임상실험 중이라 암을 전공하는 필자도 따라가기가 바쁠 정도이다. 하지만 암세포의 성장에 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를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 그 암에만 선택적으로 작용시키면 큰 부작용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은 각 환자의 암에 적절한 약물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치료"의 시대로 들어가는 서막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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