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2008.05.22 18:36:51

암을 진단받으면 처음부터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럴 리가”, “정말?”, “검사가 잘못됐겠지”등의 생각이 앞선다. 이와 같은 반응은 사실에 대한 부정으로 엄습해 오는 불안감을 덜려는 방어기전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다. 몇몇 사람은 확실한 진단임에도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검사에 검사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선, 암은 곧 죽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요즈음같이 초기에 암을 진단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각종 치료방법이 발전을 거듭하여 암환자의 반이 완치되는 세상에서도 일반인의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초기위암은 90%이상 완치가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나도 나을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많아지긴 하지만, 재수없게 나머지 10%에 들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도 없앨 수는 없다. 5년이 지나야만 안심할 수 있을 뿐이다.

암의 치료에는 많은 대가가 따른다. 수술로 암 부위를 절제해내는 경우 신체의 일부가 결손되며 그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일례로 직장암의 경우 배에 인공항문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완치되더라도 불편함은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 이런 신체상의 문제, 장기기능의 일부를 잃게 된다는 생각, 더 나아가 불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들이 불안감을 형성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고된 치료를 받는 과정을 통하여 암환자는 많은 문제를 주위의 가족이나 의사에게 의존하게 되는 데,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고 남에게 의존하여야 한다는 사실이 암환자를 힘들게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나아가 사회와의 관계가 항상 좋게만 굴러가는 것은 아님은 알면서도 암환자는 보통은 대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남들이 나를 저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암환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하나 더 있다. 즉, 돈 문제이다. 장기간 치료를 하다 보면 이래저래 비용이 든다. 비록 의료보험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으나 완전히 비용을 대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보험재정이 불안정하다보니 새로이 개발된 치료방법, 신약 등은 본인이 직접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암환자가 결국에는 빚더미 에 앉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는 암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고통이 된다.

이러한 고통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우선 당시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취미를 계발하고 특히 대인관계를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만사를 낙관적으로 대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암환자의 가족과 지인들은 암환자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환자와의 긴밀한 연대감을 유지하여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필자 같은 종양전문의도 환자의 불안감까지도 이해하고 적절히 도움을 줌으로써 환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환자, 가족, 의사가 합심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병이라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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