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환자와 의사

2008.08.21 20:18:04

진단기기가 변변치 않고 주로 경험에 의존하던 시절에 남보다 뛰어나게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던 명의들이 있었다.

간경화냐 간암까지 진행하였는가의 여부, 개복수술이 필요하냐안하냐의 결정 등 환자 치료의 갈림길에서 명쾌하게 결론을 내주시던 분들을 존경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의 한 말씀에 환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당연히 환자는 의사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요즈음은 진찰실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진단기기들이 워낙 발달하여 병의 진단이 어렵거나 늦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의학지식의 양도 방대해져 필자가 보고 있는 내과학 교과서만 하더라도 의과대학생 시절 때의 2∼3배는 두껍다. 의학정보도 많이 유포되고 있어 인터넷으로 병명만 치면 의학교과서보다 더 자세한 정보가 쏟아진다.

그러다보니 의사는 모든 것을 알고 환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대에서 의사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환자도 어느 부분에서는 상당한 지식을 가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환자가 바라는 의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병, 그에 의한 괴로움, 치료방침과 예후를 환자 및 가족과 곰살궂게 의논하여 환자로 하여금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도와주는 의사를 선호하고 원하게 되었다. 즉, 환자와 의사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

얼마 전 언론에도 소개된 “좋은 의사 고르기”에 나와 있는 의사의 덕목도 결국은 의사소통을 잘 하는 의사가 실력있는 의사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의과대학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쫓아가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만 하더라도 의료의 사회성, 의사를 바라보는 타 직종군의 시각, 법률적인 문제 등에 대하여 학생들의 식견을 넓혀주는 강의가 몇 년간에 많이 도입되었다.

실질적으로 환자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능력을 길러주는 강좌도 개설되어 학생 개개인이 병원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로 느낀 점을 토론하고, 역할극을 통하여 환자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길러진 인성을 통하여 장래의 의료인들은 환자와 지금보다 훨씬 잘 소통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이러한 강의 및 실습에 참여하면서 필자는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고 반성하게 된다.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너무 기계적으로 대하지 않는지, 환자의 고통을 십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지, 환자와의 인간관계를 잘 설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는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의료도 결국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회 활동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병원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찾는다는 특수성이 있다. 좀 더 배려하고 사려깊게 행동하여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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