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모기유감

2008.08.07 20:45:16

요사이 모기는 독하다. 겨울에도 죽지 않고 따뜻한 지하실 등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 아파트를 들락거리면서 위용을 과시한다. 한참 더운 요즈음 짜증을 더하는 요물이다.

모기는 더운 낮에는 선선한 곳에서 쉬면서 활동을 개시할 저녁을 기다린다. 암컷이 피를 빠는 이유는 피 속의 성분이 알을 만드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기는 물 때, 일단 침을 피부에 주사하는데 침에는 20여가지의 단백질이 포함돼 있고 이 중에는 혈액응고를 방해하는 물질이 있어 피를 수월하게 빨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런 물질은 염증반응을 일으켜물린 부분이 붓고 가렵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물린곳이 몹시 부어오르고 이차 감염에 의해 화농해(고름이 생겨) 고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기의 가장 큰 위험성은 피를 빨면서 옮기는 병원체에 있다. 수많은 바이러스와 기생충이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기의 대부분은 말라리아 원충을 옮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이며 일부가 일본 뇌염을 옮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때 말라리아가 박멸된 곳으로 알려져 왔으며 외국 여행 중에 걸린 말라리아가 1년에 10건 정도 보고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필자도 의과대학시절에 실습시간에 말라리아원충을 관찰한 것이 경험의 전부일 정도이다.

그러나 1993년도에 휴전선 부근에서 근무한 외국여행 경험이 없는 군인이 걸린 예를 시작으로 매년 말라리아의 발생율이 증가해 요사이는 한해 3천명정도가 발생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발생지역도 경기도 북부에 한정되다가 점차 남하해, 급기야는 국립보건원에서 경기도, 인천시, 강원도 일부를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3일형 말라리아(3일을 주기로 열이 난다는 뜻이다)로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히 5세 이하의 어린이나, 임신부, 면역력이 약해진 성인은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늘고, 동남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까지 여행범위가 넓어지면서 치명적인 열대형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 유행지역을 여행할 때는 반드시 예방약을 1주일 전부터 복용하고 지역을 벗어나더라도 4∼6주는 더 복용해야 한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모기가 감염된 돼지에서 피를 빨고 난 후 사람피를 빨 때 바이러스가 전파돼 발생하는 병이다. 말 그대로 뇌에 염증이 나타나므로 사망률도 높고 회복되더라도 20∼30%에서 판단력 저하, 사지마비 등의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남는 무서운 병이다.

보건당국에서는 일본뇌염모기의 출현정도에 따라 주의경계령을 내리고 있으므로 그 기간에는 특히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저녁부터 이른 아침까지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한 경우 긴팔, 긴바지를 입도록 한다. 모기 기피제를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기약은 많이 뿌릴 경우 그 자체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므로 차라리 옛날처럼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이 더 좋겠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5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