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택 교수에게 듣는 건강상식 - 보조요법의 허와 실

2009.07.02 11:06:59

필자에게 다니는 환자는 대부분이 생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이다 보니, 비공식 코치 또한 많다. 특히 먹거리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다수인 듯 "이것은 암에 좋다 또는 나쁘다" 라는 말을 여러 군데서 듣는 것 같다.

"고기 먹어도 되느냐·", "회는 어떠냐·" 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환자가 많은 것에 미뤄 짐작이 간다. 그보다 더 한 것은 아마도 건강식품일 것이다. 이 부분은 특별히 캐물어 보지 않으면 환자나 보호자가 자발적으로 대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름대로 "면역력을 길러준다", "기를 보호해준다", "체력을 유지시켜준다" 등의 이야기에 기대어 여러 가지를 보조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값이나 싸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투병생활에 쪼들리는 환자에게 등골을 휘게 하는 것도 있다고 듣고 있다.

건강보조제에 노출되는 사람은 비단 환자뿐 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광고되는 상품이 홍수를 이룬다는 점에서 그만큼 많이 팔릴 뿐만 아니라, 광고비를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사업이 잘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짐작해 본다.

얼마 전에는 녹차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가 돈 적이 있다. 녹차에 들어있는 성분 중에 항산화작용, 항염증작용, 항암작용을 하는 물질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일부 연구자들이 녹차를 많이 마시면 동맥경화 등의 만성 성인병과 위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일종의 만병통치약으로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급기야 녹차 성분만으로 고농도의 캡슐을 만든 제품도 나와 비타민처럼 복용하는 일도 생겼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뤄진 대규모 연구결과가 유수 의학전문지에 발표되면서 녹차를 마시는 습관과 위암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 정설로 되고 있다. 그러나 한번 좋다고 인식된 것을 바꾸기는 어려워 지금도 막연히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녹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많다. 녹차 자체가 기호품으로 잘 맞고 그 자체로 큰 부작용이 없다면야 즐겨 먹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특정질환(다발성 골수종)에 효과적인 약(보테조밉)의 효능을 배가시켜 주리라는 가정 하에 보테조밉과 녹차를 가지고 실험한 최근의 연구결과는 예상과는 달리 녹차성분이 보테조밉의 작용을 방해해 다발성 골수종 암세포의 파괴가 도리어 심하게 감소됐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는 특정 질환에 있어서는 녹차가 병의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사실 약물로 병을 치료하는 경우, 다른 화학물이 특정 약물의 작용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많다. 이런 점에 비춰 단일 화학물질이 아닌 수많은 물질이 섞여 있는 약재. 기호식품이 투여 중인 치료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환자와 주변 사람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정통적인 치료법 외에 몸에 좋다는 여러 가지를 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로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비용 대 효과는 어떤지를 냉철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모든 문제는 주변의 코치들의 설왕설래 보다 주치의와 상의해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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