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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프랑스 에펠탑 전면에는 설계자 에펠 흉상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에펠탑 꼭대기엔 에디슨과 에펠이 함께 토론하는 모습도 재현한 밀랍 인형도 전시되어 있단다. 이는 그곳 경사 형 엘리베이터를 주제로 토론하는 장면이란다.

또한 브라질 랜드 마크인 니테로이 현대 미술관 입구에는 건축가 오스카르니에메예르를 기념하는 표석도 세워져 있단다. 이렇듯 외국은 건축을 인간 삶과 밀접한 공간으로 귀히 여기는 듯하다. 우리는 건축물을 한낱 자본주의 체제 상징물로 생각한다면 지나칠까? 한 때 건물주 위에 조물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될 정도로 경제적 보고寶庫로만 생각하는 듯하다. 아파트 투기, 빌라 왕 사건이 그렇잖은가.

사실 건축물은 인간 삶을 담는 그릇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현대인들은 심플한 디자인을 갖춘 신축 건축물, 혹은 아파트도 학군 및 어느 유명한 건설사가 지었느냐에 따라서 초미의 관심을 갖기도 한다. 더구나 최신식 마감재와 값비싼 인테리어로 지었다면 더더욱 선호도가 높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초가 삼 칸만으로도 안분자족安分自足 했다. 그러나 지금 옛집이었던 초가를 전적으로 보존 하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걸핏하면 역사가 깃든 헌 건물을 부수고 그 자리에 번듯한 새 건축물을 짓곤 한다. 수년 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한쪽 귀퉁이가 허물어진 낡은 건물들이 도심지 한복판에 떡 자리한 것을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벽 곳곳에 총탄 자국이 선명했다. 건물 한 면이 완전히 무너져 보기에도 위태로워보였다.

여행사 가이드에게, "왜? 이토록 오래된 건물을 방치하느냐? 저 건물 속엔 사람들이 거주하느냐?" 물었다. 그러자 그 가이드는 이탈리아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이고 사무실이 입주해 있단다.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파당한 건물이지만 완파가 안 돼 여태 보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 건물은 안전 하냐?" 고 묻자 이곳 건축물들은 예전부터 튼튼하게 지어져 수 백 년이 지난 건물도 매우 튼실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언젠가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던 삼풍백화점이며 와우 아파트, 광주 아파트 붕괴 사건 등이 떠올랐다. 왜? 우린 이탈리아처럼 튼튼한 건물을 못 짓는 것인가? 못 짓는 게 아니라 어쩌면 안 짓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그릇된 욕심 때문이다.

건축 자재인 철근은 다 아다 시피 우리 몸 척추나 다름없는 구실을 한다. 철근 힘으로 건축물이 버틸 수 있잖은가. 이런 철근을 공법에 맞게 시공하지 않고 불법으로 빼돌려 욕심 주머니를 채우는데 급급해 했다. 대부분 무너지는 건축물들을 조사해 보면 철근이 부족하거나 아예 이것을 넣지 않고 지은 곳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 지붕 층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살펴보면, 붕괴 부 대부분이 무량판 구조 부위인 것으로 드러났잖은가.

무량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에 묻고 싶다. 만약 이렇게 부실 공사한 아파트에 자신들 핏줄이 산다면 이럴 수 있을까? 내 자식과 가족, 친척이 산다는 마음으로 아파트를 지어야 할 것 아닌가. 이게 아니어도 건축물은 총체적으로 인간 삶이 영위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견고함이 생명이다. 무엇보다 건물 속에 거주하는 사람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세월이 흘러도 좀체 무너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외국처럼 건축물을 지은 시공사, 설계자 이름이 후대까지 영원히 빛날 수 있는 그런 건축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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