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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시집살이도 겪은 사람이 시킬 줄 안다'라는 말이 있다. '시집살이'하면 흔히 고부간의 갈등을 떠올린다. 요즘 세태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어느 경우엔 이 말이 실효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무슨 일이든 직접 경험을 해봐야 그것의 본질과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 주의가 강하고 남존여비 사상이 잔재해 있던 시절만 하여도 시집살이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하여 시집살이는 결혼한 여성들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했다. 이 때 시집살이의 중심엔 늘 시어머니가 존재했다.

이런 시어머니의 가슴 속을 들여다보면 실은 지난날 자신도 시어머니로부터 고된 시집살이를 당한 경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흉보며 닮는다' 라고 했던가. 자신이 겪은 마음의 상처를 그대로 며느리에게 대물림하는 게 시어머니 속내이기도 하다. 시집살이로 마음의 상처가 못내 컸다면 자신은 며느리에게 결코 그 행위를 되풀이해선 안 되련만, 인간 심리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삶을 살며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노라면 상대방이 행한 사소한 언행에도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곤 한다. 이것이 가슴 속에 똬리를 틀어 앙금으로 남으면 크나큰 분노로 둔갑한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분노가 누적된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세태이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오고 유학을 다녀와도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어려워진 경제로 날이 갈수록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이런 형국에 어찌 타인에 대한 이타심을 갖고 가슴 속에 아름다운 정서를 지닐 수 있겠는가.

문밖만 나서면 문명의 불빛은 휘황하건만 그늘에 가려진 서민들이다. 눈만 뜨면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이다. 자녀들 교육비 및 겨울철 난방비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하층민과 서민들은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웃음뿐이랴. 날로 심해지는 빈부의 양극화는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또한 그동안 숱하게 행해진 사회적 적폐 역시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데 적잖이 영향을 끼쳐왔다. 한 때 부와 권력이면 아무리 좁은 문도 쉽사리 통과하지 않았던가. 돈으로 영혼까지 사고 팔 수 있었으니 과연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였던가.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가슴 속에 분노를 싹트게 해서인지 사소한 일로도 그것을 표출하곤 한다. 지난 해 일어난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만 해도 그렇다. 피해자가 얼굴 등 몸 수십 여 곳에 자상을 입고 사망한 잔혹한 범죄이어서 만은 아니다. 범행동기가 '불친절'이었다는 점이다. 작년 7월엔 서울 강동구 성내 동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편의점에 불을 질러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불친절하다'는 것에 상처를 입은 한 사람이 이것에 분노를 느끼고 복수로 이어진 것이 살인 및 방화라는 범죄로 연계돼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와 같이 가슴 속 분노는 상처로 각인되어 복수라는 잔인한 감정을 촉발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독일 심리 상담가 베르벨 바르데츠키는 " 상처받은 사람은 대개 판단력과 자제력을 잃고 원인 제공자에게 분노하는데 이는 상처를 무효화 하려는 일종의 몸부림이다. 또한 그들은 전후 사정을 들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받은만큼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데 만 신경을 집중 한다." 라고 말했다.

베르벨 바르데츠키의 언술에서 '상처'가 안겨주는 '분노'의 원형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명심할게 있다. 파괴적인 분노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새해엔 잊어선 안 된다. 분노로 남을 해친 사람치고 법의 심판을 비껴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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