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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며칠 전 예쁜 표지의 시집 한 권을 우편으로 받았다. 시집 첫 장을 넘기노라니 고운 색 한지에 정성껏 쓴 몇 자의 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록의 계절, 늘 푸르른 글 창작 하세요'라는 덕담이 그것이다. 비록 몇 자 안되는 내용이지만 가슴을 흔드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한지를 예쁘게 오려 또박또박 써내려간 작가의 글씨에서 남다른 정성과 인품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런 책은 왠지 정겹다.

여태껏 누군가 내게 책을 보내오면 아무런 반응 없이 지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접하면서 또 다른 삶의 지혜를 깨달은 게 있다. 남의 귀한 저서를 받았을 때, "고맙다", "수고했다"라는 말 몇 마디로나마 보내 준 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그것이다.

예전보다 책이 흔하다. 하지만 책 한 권 발간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저자에게 책 받는 일을 마치 남성들이 담배 개피 얻어 피우는 인정쯤으로 대하곤 한다. 이는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다. 거저 얻은 책은 제대로 읽지 않아 집안에서 뒹굴다가 우스개 소리처럼 장롱 받침, 아님 냄비받침 대용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작가가 한 권의 서적을 발간하려면 그야말로 산고의 고통을 치루는 거나 진배없다. 하다못해 책값에 준하는 도서상품권 몇 장은 건네주지 못한다 하여도 "수고 했다", "책 잘 받았다"라는 격려 및 감사의 전화라도 건네는 예의를 지키는 게 어떨까· 이런 예의는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로써 원만한 인간관계의 가교 역할은 물론 아울러 작가의 창작 의욕 고취에도 일조 하는 일이라 하겠다.

요즘처럼 볼거리가 많은 세상 원래 책은 그에 준하는 책값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책에 대한 애착을 갖고 끝까지 내용을 읽기 마련이다. 책 발간했다고 우편으로 타인에게 책을 발송 하는 일도 실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 같은 경우 한 , 두 권 책을 발송하려 할 때 참으로 번거롭다. 내가 사는 고장엔 우체국이 국책 기관 안에 자리해 있어 전과 달리 우체국 출입을 하려면 신분증이나 기타 소지품을 맡기고 우체국엘 가야 한다. 거리도 집에서 가깝지 않아 요즘 같은 폭염엔 책을 몇 권 부치려고 걸어가기도 만만치 않다. 책은 또한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던가.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이기 보다 책을 발간하기 전 작가가 작품 한 편을 창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는가. 더구나 수필 인 경우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어려운 게 수필이다. 아무리 무형식의 글이 수필이라고 하지만 수필을 창작해본 사람은 다 안다. 쉽게 쓰인 글이 읽기가 더 어렵고 힘들게 쓴 수필이 읽기 쉽다는 이치를 말이다.

이렇게 피를 말리는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며 쓴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기까지 편집, 퇴고, 표지 도안, 책 제목 정하기 등 거쳐야 할 관문이 참으로 많다. 또한 비용은 얼마나 크던가. 이런 작가의 노고를 조금치라도 헤아린다면 문학저서 한 권 누군가 보내오면 " 고맙다" 는 인사는 건네는 게 작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다. 한 권의 책 속에서 교양, 지식, 지혜를 얻는다고 생각해보라. 인생을 완성 시키는 게 한 권의 책이니만큼 귀한 저서를 보내주는 이가 얼마나 고마운가.

점차 종이책이 인기를 잃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요즘 같은 지옥염천엔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며 독서의 삼매경에 빠져드는 일만큼 값진 피서가 어디 있을까·

부모가 자녀 앞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 이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학습 효과가 높아질 정도라고 하니 책이야말로 인생의 지침서요, 삶의 향기를 한껏 품고 있다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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