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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일기장에서 어느 숫자를 발견하곤 소스라쳤다. 2년 전 체중이 이 숫자였단 말인가. 밝히기가 다소 주저 되지만 솔직히 말하련다. 현재보다 무려 13㎏이나 더 무거웠던 지난날 체중이다. 이 숫자를 바라보자 참으로 새삼스러웠다. 그동안 체중 감량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날만 새면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여름날 역대 급 폭염을 운동으로 극복했다. 이 무렵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염천의 무더위도 아니요, 운동할 때 느끼는 통증도 아니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 싸움은 무수한 인내를 필요로 했다. 매일 반복되는 운동 중 특히 런닝머신 위에서 뒤로 걷기는 운동 신경이 둔한 나로서는 처음엔 두려웠다. 자칫 한 눈이라도 팔 양이면 넘어지기 십상이어서이다.

 런닝 머신 위에서 뒤로 걸으려면 몸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이 운동을 하면서 갑자기 '균형'이란 낱말을 떠올려봤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할 때 심신의 균형도 이뤄진다. 나 같은 경우 요즘 걸핏하면 의기소침해진다. 어느 땐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진다. 젊은 날과 달리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망설여진다. 어느 사이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소심증이 생긴 것이다.

 이는 분명 평소 지녔던 평상심을 잃은 탓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육체의 건강은 적당한 영양 섭취 및 운동 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인 건강도 뒤따라야 한다.

 요즘 인면수심의 사건들을 저질러놓고 범인들은 걸핏하면 심신미약을 면죄부로 삼으려고 한단다. 심신미약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순 없다. 심신미약의 심리적 요소는 사물 변별 능력 및 의사 결정 능력 미약을 일컫는다. 심신미약이라고 칭할만한 정신박약, 신경 쇠약, 히스테리, 노쇠, 알콜 중독 등이 극도의 심신상실의 요인이 된다고는 판단할 수 없잖은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평소 품성에 흠결이 있지 않을까 싶다. 즉 동물적인 잔인함이 마음속에 내재돼 있다면 지나칠까.

 세상을 살면서 어찌 억울한 일, 속상한 일들이 없으랴.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스스로가 상대방 입장이 돼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증오심, 분노도 한결 누그러질 법 하다. 공자 왈 같지만 이 때 자신의 성찰도 뒤따라야 한다. 소위 부처님 같은 사람도 극도로 화가 나면 성난 사자로 돌변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슴에 극심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세 번만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는 옛말을 되새긴다면 어떤 경우라도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터. 이 때 이타심은 필수이다. 하지만 현대는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결여된 세태이다. 설령 타인의 허물을 알았다고 해도 얼마든지 이해하고, 또 용서할 수 있는 일이련만 사소한 일에도 감정을 표출하고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기 일쑤다.

 얼마 전 아파트 층간 소음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을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만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타인의 생명을 자신처럼 존중했더라면 그만한 일로 죄 없는 경비원을 폭행까지 하겠는가.

 이 또한 가해자 역시 불완전한 게 인간이기에 저지른 일일 것이라고 애써 자위해 볼까한다. 경비원 폭행 가해자는 모르긴 몰라도 인격의 균형에 균열이 간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할 순 없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우린 끊임없이 학습하고 절차탁마(切磋琢磨) 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 마음이 육신을 지배하기에 가슴에 늘 '인격도야'라는 추(錘)를 매달아 정신적, 육체적 균형을 이루게 한다면 우린 120세는 능히 살 것이라는 장담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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