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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모처럼 외식 장소로 동네 개업 식당을 택했다. 어느 주말 가족들과 외식을 하러 가보니 식당 음식 메뉴는 돼지고기 무한리필이었다. 깔끔한 인테리어, 친절한 종업원들의 서비스, 그리고 비록 외국산이지만 신선한 돼지고기 맛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식당 사장이 일일이 손님들 비위를 맞추는 겸손한 자세에 호감이 간다. 식당 안에서 고기 및 야채를 가지러 가서 머뭇거리기라도 할양이면 사장은 쏜살같이 손님 곁으로 다가와, "무엇이 필요하냐· 불편한 게 있느냐·" 일일이 묻곤 한다. 그런 사장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지금처럼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손님에게 친절히 대해준다면 요즘 같은 불황에도 호황을 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믿을게 못된다. 장사가 잘되면 초심을 저버리기 예사 아니던가. 어느 사이 허리가 뻣뻣해지기 예사다. 개업 했을 때 단 한 명의 손님이라도 귀히 대접했던 일은 까맣게 잊고 음식 맛에도 신경 덜 쓰고 불친절해져서 문 닫는 식당도 더러 있다.

식당 주인의 초심을 이야기 하노라니 요즘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는 뉴스가 생각나는 것은 어인일까. 이 뉴스에 거론되는 정치인 및 연예인들의 추한 민낯이 그것이다. 모 가수인 경우엔 성관계 동영상 문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무명에서 벗어나 어느 날 갑자기 톱스타로 부상(浮上)하여 많은 돈을 벌자 오만해진 것일까· 아니면 평소 여성을 한낱 자신의 성적 노리개로 여겨온 탓일까.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성관계 동영상을 단체 채팅 방에 올렸다.

왜· 권력과 부(富)는 어두운 곳에 도사리기만 하면 꼭 구린내를 풍기기 예사일까· 그동안 모 연예인이 연루된 유흥업소 상호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렸다. 이 사건만 살펴봐도 도덕 불감증이 초래한 사회적 부패가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줄줄이 걸렸음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미성년자 출입을 눈감아 준 경찰관들, 돈 앞에 자신의 영혼을 헐값에 판 공직자들 아닌가. 이 뿐 만이 아니다. 요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 속엔 성(性), 마약, 그리곤 돈이 그 중심에 있다. 모 재벌의 외손녀가 마약을 투약한 사건엔 어느 연예인도 함께였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성원, 그리고 인기, 부를 모두 지닌 연예인 아닌가.

이 들의 추접한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며 얼마 전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훔친 어느 취업 준비생의 딱한 처지가 갑자기 떠오른다. 허기를 달랠 김밥 한 줄 사먹을 돈이 없던 그 젊은이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울 '밥' 뿐이었다. 그렇다면 배부르고 등 따시고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는 연예인, 정치인은 무엇 때문에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일들을 자행 했을까. 부와 명예는 얻었으나 아마도 마음의 허기는 채울 수 없었나보다. 그 허기 속엔 인간의 본능이 잠재돼 있다. 인간은 식욕(食慾). 색욕(色慾), 물욕(物慾)을 탐하는 존재 아니던가.

그러나 이러한 본능을 이성으로 자제할 줄 알고 흑백 논리를 가릴 줄 알며, 염치와 겸양을 갖추었기에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이르지 않던가. 본능이 가리키는 대로 행동한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잖은가.

특히 마약의 경우 모르긴 몰라도 복용할 때는 천국에 온 느낌이겠으나 그것에 중독된다면 심신이 황폐해지는 독성도 지녔잖은가. 성욕만 하여도 그렇다. '인간의 감미로운 꽃'이라고 일컫는 성욕을 한낱 쾌락의 도구로 일삼는다면 타락 늪에 빠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쾌락은 추구할수록 갈증을 느끼지 않던가.

누구보다 정치인, 연예인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철두철미한 도덕성을 지녀 사회적 약자, 빈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충실한 게 정치인의 본업이다. 연예인은 만인의 별로써 자신의 팬들 머리 위에서 영롱한 빛을 잃지 않는 일이야말로 항심(恒心)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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