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지하철이 없는 청주 중앙로에서 청소년광장 맞은편 상가쪽을 바라보면 느닷없이 3번출구 간판이 등장한다. 의아함을 안고 계단을 따라 지하층에 다다르면 또 한번 예상치 못한 인테리어가 손님들을 반긴다. 눈을 크게 뜨고 이곳저곳을 살피는 어른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입에서는 살펴볼 겨를없이 감탄이 쏟아진다.
한발 한발 들어설수록 목소리가 높아진다. 3번출구 카페는 80평 규모의 공간이 10개의 구획으로 나뉘어있다. 각 면마다 다른 콘셉트와 분위기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대형 가구업체에서나 봐왔던 일종의 쇼룸이다. 색감과 소품 등으로 차이를 둔 공간이 명확하게 다른 공간으로 분리된다. 어떤 문을 열면 공주의 방이었다가 골목 사이사이 작은 방을 지나면 서재가 있고, 장난감 가게가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3번출구는 정인수 대표가 완성한 스튜디오 카페다. 정 대표는 줄곳 서울에서 일하다 10여 년 전 쯤 외갓집이 있는 청주로 내려왔다. 청주 구도심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며 도시재생센터 조합원으로 몸 담게 된 뒤 자원봉사를 도맡았다. 자신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나무길 플리마켓 등 행사에 참여하면서 도시 재생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전에 비해 유동 인구는 줄어들었지만 즐길 거리가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중앙로의 가능성을 엿봤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이 찾아올만한 장소를 만든다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실천에 옮겼다.
구도심 골목에서 단순한 카페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숨에 시선을 빼앗을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인증샷과 SNS가 답이 될 것 같았다. 여러 참고 자료를 뒤적여가며 구상한 것은 보는 사람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예쁜 공간이다.
14년 전 쯤 취미로 시작한 목공예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초반에는 작은 협탁 등을 완성하며 성취감을 안겼던 목공예는 취미 이상의 것이 됐다. 작은 장, 싱크대, 책장까지 만드는 실력있는 목수로 여러 인테리어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지하로 낙점한 80평 규모의 공간에 10개의 구획을 나눠 콘셉트를 정했다. 벽면은 물론 선반과 찬장 등 모든 공간을 재단하고 채워가며 그에 맞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한 눈에 구분하기 쉬운 공간의 특색을 위해 여러 이미지 사이트를 살피며 조화로운 색감을 찾았다. 케이크 가게, 크리스마스, 복도방, 구름방, 캠핑 등 콘셉트에 맞게 구성된 공간은 아기자기한 소품과 액자 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스튜디오카페라는 콘셉트에 맞게 촬영을 위해 대관하는 이들은 물론 카페를 찾아온 손님도 각 공간의 색다른 배경을 적극 활용해 카메라에 담는다. 스치듯 지나기 아쉬운 공간의 디테일이 손님들의 발길을 잡아 천천히 움직이게 한다.
3번출구 정인수 대표
각 사이트마다 링라이트와 셀카봉을 거치해 둔 것은 혼자 온 사람들도 쉽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덕분에 손님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혼자만의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공간의 즐거움을 더해줄 또 하나의 기획은 직접 그려보는 케이크 체험, 생크림 페인팅케이크다.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생크림 케이크에 색색의 초콜릿을 그리고 데코레이션을 더해 자신만의 케이크를 가져갈 수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료까지 포함시켜 가성비 높은 즐길거리로 입소문이 났다.
ⓒ3번출구 인스타그램
'출구'는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말하지만 3번출구는 동심의 세계로 들어서는 문이기도 하다. 원하는 그림으로 케이크를 채우거나 이색적인 공간에서 인생사진을 담아낸 이들이 만족스러운 여정을 마치며 3번출구를 나선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