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카페 인스타그램
[충북일보] 매끈한 표면에 탱글탱글한 질감이 느껴지는 푸딩 고양이 한 마리가 전국에 노리를 알렸다. 형태만 보면 둥그런 엉덩이와 뭉뚝한 다리, 뾰족한 양쪽 귀 뿐이지만 누구나 고양이로 인식한다. 숟가락으로 툭 치면 귀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멈출 때까지 멈추지 않는 접시 위의 작은 찰랑거림이 마냥 귀엽다.
노리 카페의 시그니처인 '푸냥이'는 지난해 9월 출시됐다. 지난해 4월 문을 열고 지나는 이들의 입소문으로 차츰 단골들을 만들어 내던 노리 카페는 푸냥이의 탄생과 함께 SNS 팔로워가 100배 이상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SNS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픈 시간도 되기 전부터 수많은 손님이 줄을 서는가 하면 백화점 팝업 스토어 행사 제안을 받고 전국 각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토실한 모습을 바라보다 한 스푼 떠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사라지며 달콤함만 남기는 푸딩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밀크, 딸기, 초코, 말차, 멜론, 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색과 맛으로 선택의 범위도 넓혔다. 최근에는 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푸냥이 젤리 형태로 편의점에 입점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만나 친구가 된 이시훈, 임승민 대표는 처음에는 여행 메이트였다. 뭐든 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추구하는 목표도 비슷했던 둘은 긴 대화 끝에 카페를 열기로 결정했다. 20살까지 야구선수 생활을 했던 시훈 씨는 직장 생활로 자금을 모으고 줄곧 카페 일을 하던 승민 씨는 고향인 광주에서 여러 카페 경험을 통해 기반을 쌓았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원 매니저, 이시훈·임승민 대표.
두 사람이 원하는 분위기를 찾아 청주 운천동의 여러 골목길을 둘러보던 중 시선을 끈 것은 곳곳에 자리잡은 놀이터였다. 다른 동네보다 많이 보이는 놀이터와 공원, 커피와 레스토랑 등이 속속 들어선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번화가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주택가 상권의 매력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둥근 창으로 놀이터가 마주 보이는 현재의 건물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불룩한 창 밖으로 놀이터가 보여 마치 맞닿아 있는 듯한 풍경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 속 따뜻함이 되살아났다. 진짜 뛰어놀지 않아도 마음이 들뜨는 듯 했다. 놀이터 전경에 빠진 두사람은 그와 배치되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노리'라고 이름짓고 조화로운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미끄럼틀을 형상화한 모양의 소파나 공을 연상케 하는 둥근 조명, 색색의 모래를 굳힌 듯한 바닥은 창밖으로 보이는 놀이터와 이어진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각적인 가구와 소품은 공간의 품격을 한층 끌어 올렸다. 놀이터와 가까운 노리만의 색채가 잘 드러난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엄마들도 이곳을 찾아왔다.
푸냥이 외에도 이들의 감각적인 디자인은 메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크로플 위에 콘 아이스크림을 올린 형태의 크로플스크림이나 꽃잎 같은 솜사탕으로 디테일을 더해 봄 계절 메뉴로 출시한 분홍빛 체리블러썸, 모든 음료에 가능한 마시멜로우 토핑 등 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과일청 등을 혼합해 노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에이드와 모히또, 캔디팝, 메론소다, 견디셔, 얼박사 등은 다양한 마실거리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즐길거리다. 성인 뿐 아니라 어린이나 학생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기에 커피 대신 마실 수 있는 음료를 고려하다 점차 많은 메뉴가 메뉴판에 담겼다. 상큼 달콤한 맛은 물론 층층의 색감까지 고려한 음료 메뉴는 푸딩과 함께 촬영하면 귀여움을 더해 또 다른 인기 메뉴가 됐다.
노리는 누구나 마음껏 놀다가는 공간이다. 손님들은 팔이 아플 정도로 푸딩 접시를 흔들거나 숟가락으로 푸냥이 이곳저곳을 눌러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각자의 놀이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노리를 채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