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운천동 '느루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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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1 11:06:17

[충북일보] 일반적으로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은 정해져있다. 시간과 돈, 소화기관까지 제대로 준비돼야 만족스러운 한끼 한끼를 즐길 수 있다. 몇몇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오늘 뭐먹지'라는 고민이 많은 이들에게서 많은 시간을 빼앗아 가는 이유다.

어떤 메뉴에 갑작스레 마음이 동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 정해놓은 메뉴를 따라가고 싶은 날도 있다. 이런 저런 고민에도 선뜻 발길이 닿는 밥집이 운천동에서 손님을 맞는다. 기다림을 자처한 이들의 소중한 한 끼다. 전화진 대표가 지난 2018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느루밥집'이다.

느루밥집 전화진 대표

투명한 유리, 차르르한 커튼 넘어 단출한 식탁이 엿보이는 느루밥집은 이름부터 따뜻하다. 나무 위에 적힌 이름 덕분인지 모른다. 느루는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 늘'을 뜻한다. 하루종일 바쁜 시간 속에서 식사 시간조차 빠르게 지나쳐버리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예쁘게 담아 천천히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이다.

한 사람당 하나의 나무 쟁반 위에 정갈하게 올려진 메뉴를 담아 제공한다. 같이 먹어도 각자의 음식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의 배분이다.

메뉴가 많지 않지만 알차다. 취향껏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선택권을 준다. 모두가 오랜 단골을 지닌 인기 메뉴다.
ⓒ느루밥집 인스타그램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빈도로 상에 오르는 것은 삼겹살 정식이다. 삼겹살은 많은 이들이 좋아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집에서 구워먹기에는 뒷정리가 마음 쓰이고 가게에서 먹자니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굽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인 구조도 영 편치않다. 잘 구운 삼겹살을 밥 반찬으로 가볍게 먹고 싶은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밑간을 하고 주방에서 잘 구운 삼겹살은 미니 화로 위에 버섯을 깔고 먹기 좋게 썰어 낸다. 고체 연료가 타는 동안, 따뜻한 고기가 밥상에 머문다. 곁들임 메뉴도 푸지게 차려먹는 집밥처럼 신경썼다. 젓갈과 쌈장은 물론 명이나물, 부추무침, 몇 가지 밑반찬도 함께 올린다. 이리저리 고기와 함께 먹고 상추와 깻잎으로 크게 한쌈 입에 넣기도 한다. 고로케와 과일 하나까지 준비되니 코스 요리가 따로 없다. 여럿은 물론 혼자 왔어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든든한 삼겹살 정식을 그럴싸하게 즐길 수 있으니 혼밥 손님에게도 인기다. 친정엄마의 된장을 풀어 끓이는 된장국도 자극없이 구수한 마무리다.
명란젓에 특제 소스를 더해 후숙한 아보카도와 계란 반숙, 약간의 야채와 가쓰오부시 등을 올린 명란아보카도덮밥이나 직접 만든 버터갈릭소스가 구운새우, 새우튀김, 마늘과 어우러지는 버터갈릭새우덮밥도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많이 찾는 메뉴다.

매주 다른 메뉴로 구성하는 느루정식도 느루밥집의 시그니처다. 단 일주일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메뉴는 고정 메뉴로의 변경을 외치는 손님이 줄을 선다. 잘 익은 김장김치로 볶아 치즈와 함께 담아낸 김치치즈밥이나 삼겹살 대신 훈제오리를 올린 훈제오리 한상, 부드러운 닭고기가 듬뿍 올라간 닭고기 덮밥 등은 조금만 연장해 달라는 단골들의 요청에 일주일에서 며칠간 더 선보이기도 했다. 여름이면 특별하게 내놓는 도토리묵밥 등도 지루할 틈이 없는 밥집의 변신 중 하나다.

재료의 수급과 사장님의 기분에 따라 정해지는 한정판 메뉴의 믿음직한 구성은 자주 찾아온 이들도 늘 새로운 기분으로 느루밥집을 찾게 하는 요인이다.

맛있는 한끼는 그 다음을 힘차게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느루밥집의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는 따뜻한 밥 한끼가 오래도록 남는다.

/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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