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운천동 '한라산생삼겹살'

#국내산암퇘지 #청주삼겹살 #백록담 #쌈채소 #숙성삼겹살 #단풍잎

2022.03.15 10:36:43

[충북일보]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낙서로 빼곡한 벽이 조용한 가게에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는 듯하다. 아늑한 공간에 주인장의 취향이 담긴 노랫소리가 잔잔하게 퍼진다. 달이 바뀔 때마다 그때의 감상을 담은 시구 같은 문장이 색색의 도화지를 채운 채 인테리어가 됐다. 청주 운천동에서 만날 수 있는 한라산생삼겹살의 전경이다.

냉장고 속 줄지어 서 있는 음료와 주류에서부터 주인장의 성격이 드러난다. 라벨 하나 흐트러짐 없이 각을 맞췄다. 이 자리에서만 3년이 넘게 고기를 구워낸 불판과 테이블도 엊그제 들여온 양 깨끗하다. 미세한 끈적임이나 미끈거림도 찾아볼 수 없다.
바닥조차 고깃집의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은 음식점은 청결이라는 신조를 따른 결과다. 뜨거운 물에 세제를 풀거나 때로는 스팀으로, 때로는 알코올로 소독하는 청소 방법은 작은 가게를 씻어내는 데만 두 시간 이상 필요하지만 늘 첫 손님처럼 깨끗한 한 상을 받아볼 수 있게 한다.

종이에 일일이 담아둔 수저나 하나씩 올라오는 이쑤시개마저 다른 이의 손길과 겹치지 않게 하는 작은 배려다.

백승혁·심상님 대표는 대학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이었다. 수학을 전공한 이들은 졸업 후 각자 사회생활을 하다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제천 덕산에서 시작해 아내의 친정인 청주로 터를 옮기고 25년간 수학 학원을 운영했다.

많은 학생에게 수학의 즐거움을 알려가며 소통했지만 어느 순간 벌어진 학부모들과의 세대 차이에 고민하다 학원 문을 닫았다.
아내의 음식 솜씨와 친척이 운영하는 육가공업체가 고깃집의 시작을 가능하게 했다. 질 좋은 고기를 정직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부가 작심하고 고기를 배워 숙성 삼겹살의 묘미를 찾았다.

학원에서부터 사용한 '한라산'은 딸 아이의 이름인 백록담에서 가져왔다. 오랜 세월 함께한 의미있는 이름이다. 상호 때문에 제주 돼지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한라산생삼겹살에서 사용하는 고기는 등급 좋은 국내산 암퇘지다. 1차 숙성을 거친 후 가게 숙성고에서 최적으로 숙성된 고기는 부드러운 감칠맛을 선보인다. 기름기 적게 손질한 항정살과 담백한 가브리살 등도 인기다.
ⓒ한라산생삼겹살
쌈 채소의 시장가가 요동을 쳐도 한라산생삼겹살의 식탁에 오르는 쌈 채소의 양은 언제나 푸짐하게 일정하다. 원가가 저렴할 때 포장해주는 것이 아니니 비쌀 때도 한결같이 내겠다는 신념이다.

된장찌개나 소면에 사용하는 육수도 늘 수가지 재료를 듬뿍 넣어 우려낸 것을 사용한다. 언제든 가족들이 놀러와도 손님상에 오르는 것과 똑같이 먹을 수 있어야 판매한다는 것이다. 아로니아로 물들인 냉면 무나 계절별로 달라지는 맛깔나는 밑반찬도 고기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소주나 맥주 등 주류를 시키면 첫 번째 병에 붙여 나오는 단풍잎은 부부 사장님의 낭만을 담은 선물이다. 가을이면 때가 덜 묻은 낙엽을 찾으러 산성이나 좌구산 등 산속으로 향한다. 사계절 사용할 만큼 많은 양을 줍는 부부를 보며 어떤 보물을 찾는지 궁금해하는 산객들도 많다.
정성껏 씻어 말린 잎사귀는 책갈피에 끼워 빳빳하게 말린다. 정성으로 보관한 그해 가을의 상징은 이듬해 가을이 오기까지 손님들의 상 위에서 술맛을 더한다.

누구보다 수학과 가까운 부부지만 가게 주방에서는 계산이 없다.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동네 맛집으로 남고 싶어서다. 그 마음을 아는 것은 동네 사람들이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고깃집에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든다. 친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반드시 다시 찾아오는 단골들의 발걸음은 수학적 증명만큼이나 명확한 고기맛의 증빙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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