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죽림동 '청주죽림홍두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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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2 15:34:12

[충북일보] 커다란 들통이 화구 위에서 연기를 뿜는다. 냄새만으로도 육수의 깊은 맛을 짐작할 수 있다. 멸치를 기본으로 대파, 양파, 무와 생강 등을 더한 채수를 섞어 6시간 이상 끓이는 육수다. 이 육수는 칼국수 뿐 아니라 쌈장, 고추장, 보쌈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해 모든 음식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청주 죽림동에서 2022년부터 운영 중인 청주죽림홍두깨는 칼국수와 보쌈 전문점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도 오랜 단골을 자처하는 손님이 이어지고 그들을 반기는 삼형제의 친절한 응대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미 8년 전부터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주에서 형 성호 씨가 먼저 배운 칼국수는 혼자 하기엔 버거운 요리였다. 반죽과 숙성, 육수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맞춰 함께 할 누군가 필요했다. 김 대표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인 친동생과 친척동생이 생각났다. 자칫 강요로 느낄 수 있는 제안보다는 자신의 뜻만 담담하게 전달했다. 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오랜 시간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종우, 김성민, 김성호 씨.

묵묵히 기다리며 기본부터 충실히 익히길 5~6개월. 종우 씨와 성민 씨도 큰 형이 그리는 미래에 동의했다. 삼형제는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밀가루에 파묻혀 차근히 배워나갔다. 곧 모두가 같은 꿈을 향해 가는 형제들의 칼국수 가게가 문을 열었다.

수많은 칼국수집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색깔이 분명해야 했다. 청주죽림홍두깨는 바지락칼국수를 대표 메뉴로 내세웠다. 6시간 이상 끓인 멸치 육수에 여러 채소와 바지락을 넣고 끓이며 시원한 감칠맛을 우린다. 해물의 풍성한 향은 가져가면서도 혹여 잘못 씹어 기분 상하는 일이 없도록 오만둥이 등 단단한 재료는 갈아 넣고 끓이는 것도 사려깊은 조리법이다.
밀가루와 소금, 물과 시간만으로 치댄 숙성 반죽은 생면으로 뽑는다. 한 번이라도 얼었다 녹거나, 이외의 첨가물이 들어간 면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알아서다. 국물의 간을 조화롭게 머금을 수 있도록 면의 표면이 구불거리는 모양으로 만진다. 너무 쫄깃하거나 푸석하지 않게 치대는 반죽 비법과 숙성으로 왜 이 집 칼국수는 많이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냐는 손님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청주죽림홍두깨의 또다른 대표 메뉴인 배추보쌈은 보쌈 전문점보다 맛있다는 손님들의 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손님들의 오해다. 죽림홍두깨가 보쌈 전문점이기 때문이다.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인 오겹살을 판으로 받아 직접 손질하고 숙성해 삶는다. 뻑뻑한 부위나 지나친 비계 부분은 섬세하게 손질하고 반듯한 모양으로 썰어 손님상에 낸다. 직접 만든 배추 겉절이와 무김치, 쌈장을 얹고 살짝 익혀 조미한 배추 쌈에 싸먹는 것이 이 집 배추보쌈의 정석이다. 김치를 만들고 남은 배추로 무치는 배추나물과 양념 고추장을 얹어 가볍게 즐기는 보리밥도 매력있는 한입이다.
쌀쌀해지면 손님들이 먼저 찾아오는 굴도 계절 대표 메뉴다. 균일한 상품성과 안전성을 위해 수협경매를 통해 들어온 통영 굴을 직배송받아 보쌈과 칼국수에 넣는다. 신선도가 맛에 직결되는만큼 찬 바람이 불기 무섭게 바다 내음을 찾아드는 손님이 북적인다.

적정 수준으로 숙성시켜 손질하는 홍어를 보쌈과 함께 올리는 홍어삼합은 계절에 관계없이 인기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먹어보면 또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맛이다. 처음 먹어보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죽림홍두깨 인스타그램
칼국수와 보쌈은 그야말로 대중적인 음식이다. 청주죽림홍두깨를 지키는 세 명의 청년들은 '세 살 국수 여든 간다'는 신조로 정성을 담는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어느 누가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마무리여야 이 가게를 다시 떠올릴 것이라는 믿음이다. 청결과 친절을 배경 삼아 음식 맛으로 승부하는 삼형제의 열정은 소식을 듣고 기꺼이 찾아와주는 손님들의 걸음으로 힘을 얻는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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