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가경동 '오후엔시간돼지'

#냉삼겹 #냉목살 #생삼겹 #쫄면 #급냉 #국내산돼지

2023.12.26 12:47:23

'오후엔시간돼지' 박소윤 대표

[충북일보] 냉동삼겹살은 좀 억울한 면이 있다.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냉삼이 비싼 이유를 묻는 이들의 질문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냉삼을 먹으러 가게에 찾아온 손님조차 같은 질문을 건넨다.

냉삼, 냉목살을 주 메뉴로 내세운 '오후엔시간돼지'를 운영하는 박소윤 대표는 "일단 한 번 먹어보시라" 말한다. 먹어보면 반드시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이 가게에서 준비한 세 가지 메뉴 가운데 하나인 생삼겹살만 고집하는 손님도 있었다. 맛이 있다며 몇 번이고 다시 찾아왔지만, 그 때마다 같은 가격에 냉삼을 시키는 것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니 냉삼에 대한 편견이 새삼 와닿았다.

소윤 씨는 벌써 몇 번이나 찾아온 생삼겹살 단골 손님에게 냉삼을 몇 점 서비스로 권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부터 그 손님은 냉삼 단골 손님으로 역할을 바꿨다.

고기와 파절이만 맛있으면 분명 손님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시작한 가게다. 17년 째 육가공업체를 운영 중인 동생의 안목을 믿었다. 그동안 집에서 먹어본 고기는 항상 맛있는 고기여서 다른 고기 맛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마다 고기가 정말 맛있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동생이 가져오는 고기가 좋은 고기임에 틀림없었다. 평소 뭘 해도 '금손' 소리를 듣던 소윤 씨의 요리 실력도 가게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메뉴는 단출하다. 이것 저것 넣고 싶지 않아 간단하게 꼭 필요한 메뉴만 넣었다. 메인인 고기는 냉삼과 냉목살, 생삼겹으로 동생이 작업한 국내산 돼지고기만 판매한다. 당일 작업한 고기의 식감과 맛을 위해 급냉한 것은 유통과 판매 등의 문제로 얼려야만 했던 옛날의 냉동 고기와는 명확한 맛의 차이가 있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냉목살도 동생의 추천이었다. 익숙하지 않았던 소윤씨도 한 번 먹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쫄깃한 식감으로 고소하게 씹히는 것이 냉삼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계속 찾게 했다.

상추보다 고기 쌈을 싸게 되는 냉동고기는 굽기 전에 한 번 담그는 간장 양념과 함께 먹는 파절이의 조화가 중요하다. 오후엔시간돼지는 자신있는 양념장으로 고기에 꼭 맞는 파절이를 내세운다. 수북이 쌓인 파절이를 여러번 다시 채우는 손님들이 그 맛을 짐작케 한다.
보통 고깃집에 있는 국수나 냉면 대신 쫄면이 있는 것도 특이하다. 특제 양념으로 콩나물, 상추, 당근, 양배추 등 풍성한 야채와 계란까지 올린 쫄면은 냉삼을 구워 싸먹으면 잘 맞는 조합으로 선택해 메뉴에 올렸다.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도 가게의 한 축이다. 고기와 함께 굽는 고구마나 반찬으로 내는 무채, 때에 따라 다른 장아찌 반찬이 되는 고추와 쪽파 등도 모두 부모님의 밭에서 왔다.

청양고추를 갈아 다진 소고기와 양념해 볶는 다짐 양념장은 남기고 가기 아까워 종이컵에 남은 장을 싸가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다짐 양념장에 듬뿍 들어가는 들기름도 농사 지은 깨로 짠 기름이다. 볶음밥을 볶을 때도 아낌없이 뿌려지는 들기름이 향긋한 마무리를 남긴다.
된장술밥은 부모님이 예전에 운영하시던 한우 전문점에서 주물판에 된장찌개를 끓여주면 항상 밥을 말아 끓이던 손님들로부터 생각한 메뉴다. 야채 육수와 다진 소고기로 깊은 맛을 내는 된장찌개에 밥알이 풀어지며 구수함을 더하는 맛이다.

가득 채워 준비한 셀프바는 매번 미안해하며 더 달라는 손님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많이 드시라는 작은 배려다.

흔한 메뉴로 흔하지 않은 맛을 전하는 것이 오후엔시간돼지의 자부심이다. 누구든 우연히라도 먹어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단골손님들의 든든한 한마디가 매일 오후를 준비하게 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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