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복대동 이자카야 '명분'

#요리사의도리 #사시미 #숙성회 #구이 #튀김 #식사

2024.01.09 14:11:28

장혁수 대표

[충북일보] '명분'은 장혁수 대표의 결심이 담긴 이름이다. 요리사로서 최선을 다해 음식을 낼 테니 손님은 원하는 메뉴를 골라 맛있게 먹는 나름의 도리를 지켜달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명분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재료의 신선함이다. 한식으로 시작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거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일식에 정착한 혁수 씨는 14년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자신의 가게에 모았다. 여러 일식 전문점에서 일하며 아쉬웠던 부분이어서 꼭 개선하고자 했던 것이 재료였다. 숙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자신 없는 음식도 내보내는 것이 싫었다. 한 번쯤은 속아주던 손님들도 기어이 눈치채고 마는 그날의 맛은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명분에서 제공되는 모든 회는 적당한 숙성을 자부한다. 맛과 식감,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없어 생선마다 다른 최적의 순간들을 정확하게 찾은 덕이다. 숙성의 감칠맛을 올리되 물컹하게 씹히지 않도록 특유의 생선 질감을 지킨다. 쫀득하게 씹히는 회 맛에 감칠맛이 스민 것이 숙성회의 묘미다. 사시미 한 접시에 올라가는 재료는 적어도 10가지에서 많으면 15가지다. 모든 재료는 손님의 입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장 대표의 테스트를 거친다. 조금이라도 숙성의 정도를 지나쳤다면 여지없이 빼는 것이 주방의 규칙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횟감들은 겨울을 맞아 고소한 맛으로 중심을 잡았다. 씹는 맛이 더해진 광어, 도미를 기본으로 청어, 전갱이, 고등어, 방어 등이 풍부한 맛을 얹는다. 그릴 자국을 낸 키조개 관자와 달큰한 맛의 단새우 등도 별미다. 4시간 이상 저온으로 찐 전복과 내장 소스는 비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아낌없이 방법을 공유해도 그 맛이 안난다며 다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확신의 비법이다.
직접 졸인 박고지와 폭신한 계란구이, 참치와 오이, 새우튀김 등으로 속을 꽉 채운 후토마키는 작정하고 입을 크게 벌려야 할만큼 두툼하지만 한 입에 어우러지는 재료들의 향연에 다시 깨끗이 씻은 손가락을 준비하게 만든다. 부산 고등어를 초절임해 적당량의 고추냉이와 함께 올린 고등어봉초밥은 식사 메뉴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만큼 완성된 맛이다.

대창, 차돌, 굴, 어묵 등 재료를 선택해 테이블에서 끓여먹는 나베류는 선호도에 따라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다. 장어와 굴 등을 얇은 반죽으로 파삭하게 튀겨내는 튀김류, 제주 흑돼지를 숙성시킨 돈마호크카츠도 찾는 이들이 많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불쾌한 기억 때문에 몇 가지 재료에 편견을 가지고 손을 대지 못하던 손님들도 비린 맛 대신 본연의 맛을 찾아 생선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간다. 그 재료의 진짜 맛은 이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꼭 한 입은 먹어보라 권하는 것이 혁수 씨의 영업 비법이다.
ⓒ명분 인스타그램
주재료만큼이나 부재료에도 자부심이 담겼다. 부추, 쪽파, 대파, 마늘, 고춧가루 등 가게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채소들은 부모님의 밭에서 온다. 솥밥 등을 먹을 때 곁들이는 김치도 사 먹는 것은 입에 맞지 않아 직접 담그는 방법을 택했다. 방어와 함께 즐기는 묵은지까지 자연스레 모두 책임진다.

어차피 재료 손질을 위해 일찍 나와 있는 만큼 여는 시간도 앞으로 당겼다. 오후 3시부터 손님을 위해 열리는 명분은 굳이 술 한잔이 아니더라도 요리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친구와 연인, 가족 단위 등 명분을 찾아오는 손님에는 제한이 없다. 다양하게 준비된 메뉴 구성이 여러 명의 입맛을 제각기 충족시킨다.

오픈하기도 전에 3일간 예약이 꽉 찼을 만큼 변화에 민감한 동네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하고 싶은 사장님과 사장님의 음식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각자의 도리로 명분을 지킨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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