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나름 베이커리 간판에 쓰인 로고는 귀여운 나무를 연상케 한다.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묵묵히 일하는 나창용 대표의 모습에서 착안해 나름의 알파벳 N과 R을 이용해 만들어준 것이다. 반죽과 버터를 겹겹이 쌓아 접고 밀며 몇 시간이고 허리를 굽히고 서서 크루아상을 만드는 나 대표의 모습이 우직한 나무 같다고 했다.
오전 8시부터 빵이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하는 나름은 분주한 오전 시간을 보낸다. 빵을 만들면서 커피를 내리거나 손님을 맞는 일까지 혼자서 하다 보니 잠깐의 틈도 찾기 어렵다. 햇살이 가득 차는 작은 규모의 가게에는 20여 가지 메뉴가 준비된다. 크루아상과 뱅오쇼콜라, 프레첼, 식빵 등 제빵류를 시작으로 까눌레와 휘낭시에, 쿠키 등 제과류도 갖췄다.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선 손님들이 금세 원하는 바를 찾아내 카운터에 올린다. 베이커리 카페 등이 늘어나며 생지나 제품을 받아쓰는 가게가 많아지다 보니 직접 만든 빵이 맞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물론입니다. 드셔보시면 첫입에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나 대표의 확답에 안심한 손님은 곧 다른 빵에도 관심을 둔다.
창용 씨에게 빵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시도한 두 번째 도전이다. 공대를 졸업하고 전공과 관련된 업계에서 수년간 일하다 35살에 찾은 적성이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며 꾸준히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기술을 가져야겠다는 각오였다. 좋아하던 카페에 도전해 볼까 싶었지만 음료 메뉴만으로는 차이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 같아 제빵에 시선을 돌렸다.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찾아 서울로 올라갔다. 20대 초중반의 경력자들이 가득한 곳에서 빵을 배웠다. 제빵 학원을 나와 서울 곳곳의 개인 빵집에서 경력은 쌓은 것은 만족할만한 선택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해결하는 시스템을 가까이 익힌 덕이다.
부드럽게 결이 찢기는 크루아상이 좋아 빵을 배우기 시작한 만큼 나름에서는 크루아상을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다. 바삭한 겉면을 지나 켜켜이 쌓인 얇은 층이 폭신하게 씹힌다. 은은하게 입안에 머무는 포리쉐 밀가루와 버터의 풍미는 좋은 재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요즘 어느 가게에나 있다는 소금빵도 나름의 매력으로 다르게 표현했다. 담백하고 쫄깃한 질감으로 부드러운 바게트가 연상되는 크랙소금빵이다. 결대로 찢어 간간이 씹히는 소금과 함께 빵 맛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사라진다.
하드 계열보다는 부드러운 빵들을 좋아하는 나 대표의 취향이 나름에서 드러난다. 처음에는 준비하지 않았던 빵이지만 단골의 요청으로 메뉴에 오른 빵도 있다. 단팥빵과 식빵은 꼭 있어야 한다는 열렬한 제안에 나름의 메뉴가 생겼다. 부드러운 우유 식빵은 식구가 적어 꼭 몇 장이 남는다는 의견을 반영해 절반의 구성으로도 판매한다. 알알이 달콤한 밤이 씹히는 밤식빵도 예정에 없던 메뉴지만 인기다. 심심한 단팥빵 대신 크림치즈와 팥앙금을 함께 채운 불란서앙모찌도 익숙하지만 새로운 맛이다.
ⓒ나름 베이커리 인스타그램
바삭한 겉면에 촉촉한 속살을 가진 까눌레나 쫀득한 달콤함의 휘낭시에는 굽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대표 메뉴 중 하나가 됐다. 크로플을 새롭게 해석하고 사각 큐브 형태로 변형해 전처리한 통 아몬드와 흑당을 더한 달콤통페스츄리는 은은한 단맛으로 하나씩 떼어먹는 재미가 있는 나름만의 메뉴다. 식빵을 말리고 특제 버터 소스와 함께 굽는 러스크나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드는 샌드위치, 예약 판매만 하는 생과일 케이크도 입소문이 난 메뉴다.
감성으로 채워진 작은 가게에서 나창용 대표가 쌓아올리는 나름대로의 빵들이 나름의 입지를 다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