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깨끗한 테이블 너머 선반 위에 각종 도구들이 정돈돼있다. 동그란 모양부터 올록볼록하거나 네모 모양, 꽃 모양의 과자를 구워낼 수 있는 모양틀이 크기와 색깔별로 다양하다. 칸칸마다 나란히 놓인 기구들은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반죽기, 밀대와 케이크 받침 등이다. 몇몇은 익숙하고 일부는 낯설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베이킹을 위한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청주시내 청소년광장이 내려다보이는 3층 건물에 자리잡은 호호클래스는 허경숙 대표가 마련한 행복한 공간이다.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공간은 이름처럼 좋아하는 일을 찾아온 여러 사람의 웃음이 머문다.
ⓒ호호클래스 인스타그램
디자인을 전공하고 제품 디자인을 하던 경숙씨가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하게 되기까지는 긴 이야기가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일을 쉬던 차에 가볍게 시작한 취미가 홈베이킹이었다. 손으로 하던 일을 놓으니 손으로 하는 일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퀼트, 그림, 베이킹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손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적성에 맞아 재미를 붙인 것이 베이킹이다.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이지만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틈틈이 배우고 짬이 날 때마다 집에서 만들어보며 성취감을 느꼈다. 만들어진 결과물을 정성스럽게 포장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일에서 또 다른 기쁨을 발견했다.
간단한 쿠키 및 제과류를 하나씩 해나가니 점점 제대로 된 디저트에 눈이 갔다. 또 다른 모양과 맛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검색으로 찾아낸 디저트 장인의 클래스를 선택해 서울을 오가며 프랑스 디저트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배움의 즐거움에 빠진 경숙씨는 요리학교까지 진학했다. 과정을 마친 뒤에는 청주 산남동에 홈베이킹 스튜디오 개념의 카페를 열었다.
당시에는 프랜차이즈 대형 카페가 많았기에 직접 만든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개인 카페는 손님들이 먼저 알아봤다. 쿠키, 스콘, 휘낭시에, 타르트 등 허 대표의 색으로 가득 채운 카페는 금세 입소문을 타고 단골을 만들었다. 비정제설탕, 무색소 등 건강한 재료를 활용한 것도 비결이다. 망고, 레몬, 딸기 등 과일을 올리고 천연과일퓨레로 크림에 맛을 더한 과일 케이크는 매장 판매를 넘어 예약 주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쿠키 선물세트 등 특별한 날을 나누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많았다. 마음이 담긴 선물을 전달하고 싶은 이들이 허 대표의 손을 빌렸다. 8년 간 즐겁게 운영했던 카페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카페의 특성상 하고 싶은 메뉴보다는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가 우선이었다. 연구와 개발에 힘쓰고 싶었던 경숙 씨는 과감하게 카페 운영을 중단하고 베이킹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호호클래스는 좋을 호(好)를 두 번 넣었다. 좋아하는 일을 만끽할 공간으로 꾸리기 위함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클래스는 이전 단골부터 기업, 학교, 동호회 등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베이킹 클래스는 직접 해보고 싶어도 집에 도구가 없거나, 소량을 만들기 위해 많은 재료를 준비해야하는 부담이 없다. 호호클래스는 정해진 커리큘럼에 맞춰 회원을 모집하지 않는다. 대신 직접 소통으로 메뉴와 구성을 정한다. 때문에 만들고 싶은 품목을 정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누린다. 직원들의 취미와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기업이 늘면서 부담없이 베이킹을 시도하는 동호회도 많아졌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메뉴를 정하면 뭐든 가르쳐 줄 수 있는 든든한 실력도 호호클래스의 저력이다.
몇 차례 단골들의 요청으로 진행한 행사 케이터링은 풍성하고 색다른 디저트의 향연으로 호응을 얻었다. 제품을 판매하지 않으면서도 연구와 개발을 쉬지않는 이유다. 허 대표는 오래전 자신처럼 배움을 위해 서울로 가야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향후 시설을 갖추고 더 많은 이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다는 꿈이 그리 멀지 않은 듯 하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