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잔잔한 기타 선율이 울려 퍼진다. 각각의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다 잠시 대화를 멈춘 사람들이 음악 소리에 집중한다. 피아노 연주로만 들어본 클래식 음악이 기타에서 흘러나오기도 하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덧입혀진 팝송이 연주될 때도 있다. 가끔은 신청곡을 받아 운영하기도 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매일 오후 1시 30분과 저녁 7시 30분, 몇 곡의 라이브 음악으로 채워지는 작은 공연장이다.
고려진(사진 오른쪽)대표와 가수 수네씨.
청주 외곽에 자리 잡은 카페로지는 브런치 카페인 동시에 음악인 부부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다. 고려진 대표는 기타리스트, 아내는 가수 수네다. 이미 라이브 카페로 유명했지만 최근 더 많은 이들이 음악을 찾아오는 이유는 고려진 대표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싱어게인3'에서 기타괴물 7호 가수로 출연한 고려진 씨는 여러 번의 경연에서 뛰어난 기타 연주 실력과 특색있는 목소리로 인정받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처음 보게 된 기타였다. 기타 줄을 튕겨본 순간이 너무 강렬해 그 날짜까지 기억한다. 미술을 하던 소년은 붓을 내려놓고 기타를 잡았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 책으로 독학한 기타는 6개월 만에 동네에서 제일 잘 치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 실용음악과가 따로 없었던 당시 캠퍼스 밴드 '옥슨'만 바라보고 건국대에 갈 만큼 열정적으로 기타에 매진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국내외 10여 개 팀에서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했던 고 대표는 2000년대 한중 수교 기념 대표 가수로 중국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밴드는 다양한 악기가 모인 만큼 사람을 다루기 어려웠다. 구성원들의 진입과 이탈이 잦은 탓에 밴드를 벗어나 솔로로 활동했다. 노래는 혼자서도 무대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방편이었지만 독특한 음색과 파워풀한 가창력이 금세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고향인 청주로 돌아왔을 때 서울에서 몇 차례 함께 공연했던 아내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후 결혼으로 이어졌다. 전국 각지에 공연하러 다니며 생활했지만 코로나19로 많은 행사가 사라지면서 무대 삼아 인수한 것이 지금의 라이브 카페 카페로지다. 라이브 공연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많지만, 술과 밤을 빼면 공연을 볼만한 곳이 없었다. 이들의 라이브 카페에는 술과 밤 대신 음악과 커피, 브런치를 더했다.
브런치 카페인만큼 메뉴도 다양하다. 와플과 토스트 등 간단한 메뉴부터 소고기와 채소를 다져 수제 소스에 볶은 오므라이스와 직접 만든 크림소스가 빵 속을 듬뿍 채운 빠네파스타 등 그 메뉴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매일 아침 장을 보는 수네 씨의 요리 실력이 브런치 메뉴에 담긴다. 커피 메뉴 외에 레몬, 딸기, 자몽 등 수제청으로 만든 음료도 즐길 수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중학생들이 부모님을 졸라 손을 끌고 오기도 하고 우연히 들렀다 공연을 접한 어르신들이 시간에 맞춰 다시 찾기도 한다. 전국 각지에서 기타 연주를 보기 위해 왔는데 시간을 못 맞췄다며 아쉬워 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추가 공연을 진행할 때도 있다.
ⓒ고려진 인스타그램
긴 솔로 활동으로 다시금 합주가 그리워져 최근에는 밴드를 결성했다. 색소폰 연주자로도 유명한 김진우 씨가 베이시스트로 합류했고 열정적인 드러머 한승우 씨를 만나며 고려진 밴드가 완성됐다. 의기투합한 열정의 음악가들이 풍성한 소리와 다채로운 음악을 내세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고 싶어 지치지 않고 묵묵히 음악의 길을 걷는다. 늘 또 다른 음악을 찾아 들으며 새로운 주법을 연구하는 50대 기타리스트의 화려한 손놀림이 가볍다. 카페로지 속 한 평 남짓한 작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색적인 공연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