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이웃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한 분위기가 감돈다. 널찍한 식탁에 커피 한 잔을 올려두고 등을 기대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는 사람까지 편하게 만든다. 예쁜 불편함이 당연해진 듯한 요즘 카페의 인테리어 추세를 조금은 벗어난 셀레빈커피로스터스는 그래서 더 특색 있다.
청주 흥덕구 운천동 특유의 정겨운 세월이 묻어나는 하얀 건물 전면에 깨끗한 통유리가 셀레빈의 내부를 투명하게 내어 보인다. 이모아 대표의 손길로 구석구석 단장한 공간이다. 모아 씨는 첫 가게에 자신의 색깔을 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반쯤은 직접 참여한 인테리어이기에 기본적인 건물의 구조는 그대로 살렸다. 거실 같이 개방된 공간이 있는가 하면 방처럼 개인적인 공간도 있다. 문은 없지만 골목처럼 들어서는 방 구조가 충분히 독립적인 공간으로 보인다. 좁은 공간에 일부러 찾아들어 일행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재미를 찾는 이들이 앞다퉈 향하는 곳은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다락이다. 의자 없이 낮은 천장에 푹신한 방석, 낮은 테이블이 아지트 같은 아늑함을 연출한다.
구석에 놓은 작은 소품부터 반려견 뿅이의 얼굴을 직접 그려 만든 대표 캐릭터까지 모아 씨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이 셀레빈커피로스터스를 대변한다.
처음 맛본 필터 커피에서 깊이 배어 나온 초콜릿 향 단맛은 커피를 제대로 시작한 계기였다. 커피는 쓰다는 편견을 깨버린 커피를 마시고 나니 커피를 취미로만 둘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진짜 커피 맛을 선보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개인 커피숍과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에서 일하며 각각 배울 점을 자신의 것으로 모았다. 분위기와 서비스, 커피의 맛과 메뉴 등의 지향점을 정한 모아 씨는 자신만의 커피를 하기 위해 원두 선별부터 로스팅까지 차근히 배워나갔다.
식당을 운영하신 부모님을 보고 배운 것은 내 가게에서는 나의 것을 손님들에게 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준비한 가게에서 특별한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취미로 즐기던 제빵과 청 담그기 등도 체계화시켰다.
매일 아침 따끈하게 나오는 베이글과 스콘 등의 디저트도 모아 씨의 취향이다. 커피와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 중 담백한 메뉴다. 계절마다 제철 과일 등으로 만드는 잼도 이 메뉴 구성에 한몫한다. 딸기, 블루베리, 토마토, 체리, 금귤 등 제철 과일을 오랜 시간 저온으로 졸여 만드는 수제 잼이 커피 향과 디저트로 어우러진다.
사과와 계피로 청을 담아 또 다른 시그니처가 된 애플시나몬라떼는 커피 맛이 좋은 가게에서 커피를 즐기지 못하는 손님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모아 씨의 정성이다.
ⓒ셀레빈커피로스터스
셀레빈은 셀레브리티(celebrity)와 콩(bean)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유명한 커피콩을 소개하고 커피 맛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포부를 담았다. 수시로 비즈니스 커핑에 참여하며 좋은 원두와 그에 맞는 로스팅을 고민한다. 원두의 질 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로스팅이 늘 커피를 궁금하게 만든다.
셀레빈커피로스터스가 추구하는 커피는 맛과 향이 선명한 커피다. 뇌리에 박히는 쓴맛이나 신맛보다는 모아 씨의 로스팅으로 제 나름의 이름을 가진 커피가 깔끔하게 제맛을 전하는 것이 목표다. 원두와 로스팅의 제한없이 셀레빈의 메뉴를 소개해도 흔쾌히 모아 씨를 믿어주는 손님들의 선택이 또 다른 필터를 망설임 없이 채우게 한다.
조만간 음식과 디저트 등 커피와 어울리는 조합으로 커피페어링을 시도해 새로운 커피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로스팅부터 디저트까지 모아 씨가 모아둔 즐거운 커피 세상이 셀레빈커피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선명한 즐거움을 안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