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곳곳이 인상적이다. 강렬한 빨간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외관에 눈을 돌리면 유리와 벽 사이에 아무렇게나 채워진 종이상자가 다시 한번 시선을 끈다. 호기심에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다 깔끔한 하얀 배경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벽면을 빼곡히 채운 종이상자가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단출한 계산대와 로비처럼 꾸며진 1층은 선뜻 식당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식사 시간에는 1층에 줄지어 앉아 기다리는 손님도 있지만 곳곳이 사진 포인트라 지루할 틈이 없다.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도, 그 광경을 보는 사람도 하나의 재미로 즐긴다.
사진과 조명 등으로 분위기 있게 꾸며진 빨간 계단을 오르면 검은색과 빨간색을 활용한 공간이 또 한 번의 변주다. 미국식 중화요리 전문점답게 미국에 있는 중화요릿집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처음 들어선 공간과 식사 공간이 층을 나누어 완벽히 분리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오롯이 테이블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다. 흔히 웨이팅이 있는 가게에서 겪는 시선의 불편함이 없다. 자리에 앉아서 먹으면서도 기다리는 사람을 신경 쓰며 괜한 민망함을 느끼지 않는 것은 자연스레 여유로운 식사 시간의 만족도를 높인다.
웍스터(WOKSTER)는 중화요리용 팬(웍)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처음 박희영 대표와 뜻을 모은 이들이 함께 구상한 것은 미드(미국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누들 박스다. 청주에 없는 새로운 콘텐츠에 힘을 실었다. 요리와 기획,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각자 온 힘을 기울여 웍스터를 추진했다.
수정과 보완을 거쳐 만든 몇 년간의 밑 작업 끝에 포장과 배달 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웍스터 청주 가경점의 문을 열었다. 조리하는 공간 외에는 본사 사무실의 영역으로 설정해 데이터를 축적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메뉴에 대한 손님들의 기호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웍스터가 다루는 미국식 중화요리는 미국 현지화가 이루어진 중국 요리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의 맛을 한 숟가락 얹어 이질감을 없앴다.
ⓒ웍스터 인스타그램
미국에 가보지 않았어도 미디어를 통해 접한 종이상자 속 음식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걷거나 말하면서 후루룩 빨아들인 음식은 차오미엔이다. 에그 누들에 짭조름한 양념과 신선한 채소를 함께 볶아 상자를 여는 순간 불향이 새어 나온다. 독특한 식감의 면에 채즙을 가득 머금은 채소가 함께 씹혀 입안을 채운다.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 씹는 맛을 더한 포크 차오미엔과 매콤한 맛의 통통한 해물을 섞은 스파이시 시푸드 차오미엔도 중독적인 맛으로 손님을 이끌었다.
마늘과 달걀이 가득 담긴 갈릭볶음밥과 신선한 새우로 빠르게 볶아 만든 새우볶음밥도 다시 찾게 되는 맛이다.
한국식 치킨과 달리 촉촉한 양념이 밴 닭 다리 살 튀김에 새콤한 오렌지 향을 머금은 오렌지 치킨은 먹어본 이에게는 추억의 맛이고 처음 먹는 이들에게는 익숙하면서 새로운 경험이다. 쿵파오 소스로 바삭함을 살린 쿵파오치킨과 마라 소스를 더한 사천 마라치킨도 수많은 조합으로 완성한 요리다.
배달과 포장으로 웍스터를 맛본 손님은 성안점으로 걸음을 옮긴다. 식어도 맛있는 종이상자 속 요리를 본연의 맛으로 뜨겁게 즐겨보기 위함이다. 그린빈 튀김 등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음식도 웍스터를 찾게 되는 이유다. 매장에서도 종이상자에 담긴 음식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3층 루프탑도 곧 운영을 시작한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얼기설기 매달아 둔 전선 등 홍콩 뒷골목에 온 듯한 배경에 익숙한 성안길마저 달리 보인다. 이색적인 장소와 음식이 건네는 작은 설렘이 웍스터를 만난 이들을 들뜨게 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