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동남지구 '살롱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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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13:00:03

[충북일보] 미용실에서 스타일링을 마무리하며 집에 가는지, 다른 일정이 있는지 묻는 미용사들의 단골 질문에는 이유가 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 날은 그냥 집에 가는 것이 아쉽다고 느끼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가져와서 설령 미용사의 손에서 성공적으로 완성됐다 하더라도 다음날 집에서 다시 하기는 어렵다. 평소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거나 이렇다 할 손 재주가 없어서다. 사진을 남기고 그날의 공기를 마음껏 누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살롱순간을 운영하는 김진호 대표는 이런 아쉬움을 없애고자 자신만의 기준을 세웠다. 살롱순간에 머리를 맡기는 이들은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기 까지 처음의 만족감을 그대로 가지고 몇 달이고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질문하고 귀를 기울이는 상담이 시작이다. 진호 씨는 자신의 눈과 손으로 고객의 면면을 살피면서 고객 자신만 아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평소 잘 하고 다니는 스타일이 어떤지, 원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집에서 사용하는 드라이기의 기종부터 빗의 모양, 필요할 때는 평소 찍어둔 사진까지 요청하며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미용사가 전문적인 기술로 아무리 예쁜 모습을 만들어내 미용실 밖으로 내보낸다 해도 집에서 직접 손질할 수 없다면 의미없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타일링을 받은 고객이 집에서도 직접 할 수 있는 스타일을 목표로 한다. 살롱순간에서 완성된 머리 모양은 그 상태로 끝나지 않는다. 컬이나 볼륨이 만들어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고객의 손에 드라이기를 쥐어주기도 한다. '똥손'을 자처하며 자신 없어하던 고객도 두 번 세 번 모양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손에 익어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살롱순간 인스타그램
진호 씨에게 머리는 모든 스타일의 완성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옷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많았던 덕에 유독 머리에 시선이 닿았다. 아무리 잘 꾸며 입었어도 머리에 신경쓰지 않으면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자신의 머리는 물론 친구들의 머리를 수시로 만지며 헤어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키웠다. 미용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생각했던 공부는 아니었다.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 오히려 실용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다양한 사례를 접한 것도 도움이 됐다.

헤어디자인과를 선택한 대학에서도 이론 수업이 계속됐다. 이발병으로 근무하며 처음 쥐게 된 가위가 빠르게 실기를 익히는 계기였다. 제대 후 수년 간 미용실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혔다. 크고 작은 미용실에서 저마다의 장점을 배울 수 있었다. 천천히 고객과 대화하고 자신의 색을 갖춰나가며 단골을 쌓아갔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어느정도 맞는 손님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됐을 때 문을 연 것이 살롱순간이다. 진호 씨의 스타일링에 만족을 얻었던 단골들은 기꺼이 동남지구까지 발을 옮겼다. 처음에는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오던 이들도 그저 진호 씨의 손에 머리를 맡기는 일이 늘었다.

친구나 가족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고객들의 입소문으로 살롱순간을 찾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은 진호 씨의 서비스가 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어느새 가족을 이룬 고객들 덕에 어린 아이 손님들도 종종 보인다.

거울 속으로 비친 진호 씨의 표정이 손님만큼이나 진지하다. 마침내 결정하고 완성한 스타일에 두 사람의 표정이 바뀐다. 순간의 즐거움을 넘어 지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만족스러움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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