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남문로 '소문난부부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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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10:54:36

청주 남문로 소문난부부떡볶이 전경

[충북일보] 떡볶이 취향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떡에 관한 얘기다. '쌀떡'과 '밀떡' 각각의 특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경한 견해 차이를 보인다. 탕수육 논란의 '부먹'과 '찍먹' 만큼이나 섞이기 어렵다. 보통 쌀떡을 좋아하는 쪽은 쫀득한 식감에 표를 던지고 밀떡을 좋아하는 이들은 양념과 어우러지는 떡의 조화를 우선시한다.

"평소에는 밀떡을 좋아하는데…" 라고 말하면서도 쌀 떡볶이 전문점인 소문난 부부 떡볶이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이색적인 일이다. 이곳의 쌀 떡볶이는 한입 크기로 자른 쫄깃한 쌀떡을 육수에 한 번 더 끓여 깊이 밴 매콤한 양념이 조화롭게 씹힌다. 쌀떡 파와 밀떡 파가 모두 만족하는 소부떡(소문난 부부 떡볶이)만의 맛이다.

최돈철, 안해영 부부

지난 2005년 청주 성안길 노점에서 시작해 2011년부터 매장으로 들어온 최돈철, 안해영 부부의 떡볶이가 처음부터 소문난 것은 아니다. 학원을 운영하던 부부는 보증으로 한순간에 부도를 겪었다. 말 그대로 길바닥에 나앉는 심정으로 맡게 된 노점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액세서리 판매 등을 거쳐 시작한 첫 떡볶이는 평범한 떡볶이였다. 종종 혹평을 남기는 손님도 있었다. 부부는 전국 각지의 떡볶이 노포 등을 다니며 수 백 가지 떡볶이를 맛봤다. 떡의 종류뿐 아니라 부재료와 양념 등의 차이가 있는 떡볶이는 각양각색의 맛으로 손님을 만나고 있었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떡볶이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청주에서도 인근의 모든 떡볶이를 포장해 와 분석했다. 많은 떡볶이집이 있는데도 모두 장사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았다.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이 있어야 했다.
ⓒ소문난부부떡볶이 인스타그램
창고를 빌려 10개의 화구를 동시에 활용해가며 부부만의 양념 비율을 찾아냈다. 고추장 대신 들어가는 두 종류의 고춧가루를 섞는 비율부터 물의 양까지 눈대중으로 대충하는 것은 없었다. 정확한 계량과 조리를 통해 맛을 찾았다. 부부만의 의견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워 손님들에게도 평가를 부탁했다. 입으로 전해 듣던 의견은 곧 설문지를 만들어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매운 정도는 어떤지, 양념이 잘 어울리는지 늘 귀 기울인 결과 비로소 소문난 부부 떡볶이의 형태를 갖췄다.

길게 썰던 쌀떡은 한입 크기로 작아졌고 처음부터 신경 썼던 4종류의 어묵은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3종류로 바꿨다. 떡볶이 위에 조금씩 올리던 생양배추는 더 달라는 요구가 많아 한편에 어엿하게 자리 잡았다. 양배추를 떡볶이와 함께 볶으면 맞춰둔 양념의 맛이 변하는 것이 싫어 올리기 시작했다. 매콤한 맛과 잘 어울리는 아삭하고 개운한 맛의 변주는 집에서는 양배추를 안 먹는다는 손님들도 조금만 더 달라고 청할 만큼 상징적인 메뉴가 됐다.
노점을 하면서 아팠던 일은 부지기수다. 길에서 만나는 더위와 추위는 무서웠고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면 슬플 틈도 없이 눈물부터 맺혔다. 그런 부부를 지탱한 것은 손님들이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뛰어와 숨을 몰아쉬며 떡볶이를 찾는 학생들은 떡이 동난 뒤에도 양념이 아깝다며 인근에서 라면을 사와 볶아달라고 했다. 떡볶이를 먹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빗방울 들어간 떡볶이도 추억이라며 의연하게 웃어 보이던 손님도 기억에 남는다.
주기적으로 들러 1인분씩 여러 개 포장하는 손님을 통해 알게 된 의외의 비법도 있다. 냉동실에 넣었다가 끓여 먹어도 맛이 그대로라는 손님의 말에 부부도 몰랐던 비밀을 하나 더 알았다. 식어도, 얼었다 녹아도 맛이 변하지 않는 떡볶이라는 점이다. 정확한 비율의 양념과 육수에 한 번 더 끓여내는 정성이 담긴 쌀떡 덕분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분말 형태의 떡볶이 소스도 개발해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학교 앞 떡볶이처럼 달달한 맛부터 자극적인 매운맛까지 4단계의 소스로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이어진다.

20여 년간 이어진 부부 떡볶이의 저력은 꾸준한 입소문에서 온다. 주말에는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 많을 만큼 청주 대표 떡볶이로 이름이 났다. 손님들과 함께 꾸려온 추억에 희망을 쌓아 올리는 부부의 따뜻한 떡볶이가 골목을 지킨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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