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프룻 인스타그램
[충북일보] 다양한 형태의 틀을 채운 과일이 꽃과 함께 화사하다. 원형이나 사각의 투명하고 이색적인 상자나 플라스틱이나 비닐백에 담긴다. 보기에도 예쁜 색색의 조화로움에 생화와 과일 향까지 은은하게 배어나는 선물이 전해진다. 꽃바구니만큼 눈을 만족시키고 그 후에는 골라 먹는 재미까지 있는 실속 가득 생화 과일바구니다.
청주 용암동에서 지난해 6월부터 과일 포장 전문점 '단아한프룻'을 운영 중인 강수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과일바구니로 시선을 돌렸다. 지인의 병문안을 위해 적당한 선물을 찾던 중 그동안 생각해본 적 없던 과일바구니를 알게 됐다. 마트나 과일가게에서 식품으로만 접하던 과일을 상자에 여러 종류로 담아내니 선물로도 손색없었다. 잘 깎아서 먹는 것에만 신경 썼던 과일을 여러모로 활용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듯했다.
5년간 적성이라고 생각했던 직장 생활을 그만둘 각오로 주말을 이용해 과일과 포장을 배우기 시작했다. 과일을 선별하고 포장하며 배우다 보니 그간 적성이라고 생각했던 일보다 더욱 손에 맞았다. 철마다 달라지는 과일을 선택하고 여러 방법으로 포장하는 것은 수없이 많은 표현이 가능했다. 과일에 어울리는 꽃을 찾아 조화롭게 연출하는 것은 선물의 질이 달라지는 묘수였다. 단정하고 아담한 포장을 자신하게 됐을 때 단아한프룻을 시작했다.
수정 씨의 생각대로 과일 포장이 필요한 곳은 무궁무진했다. 가볍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로 선택하기 쉬운 것이 과일이다. 제철 과일 사이사이에 꽂은 생화가 꽃과 과일의 역할을 모두 하게끔 했다. 러블리박스라는 이름으로 채워 넣은 사랑스러운 포장이 첫인사부터 시작해 집들이, 병문안 등 선물이 필요한 곳곳에서 쓰인다.
깎지 않은 생과일을 투명한 원형 상자에 쌓아 올리고 상단을 생화로 장식한 프룻케이크는 축하할 일이 있는 이들에게 흔하지 않은 케이크로 사랑받는다. 토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생일은 물론 승진이나 개업 등에 사용하는 이들이 늘었다. 행사를 마친 후 바로 먹어야 하는 케이크와 달리 껍질째로 놓인 과일이라 보관도 쉬워서다.
예단으로 들어가는 과일의 모습도 달라졌다. 가족 구성원이 많았던 때는 과일 종류별로 상자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적어진 가족들이 해결하기에는 그 역시 부담이다. 제철 과일 등을 혼합해 꽃과 함께 배열하고 보자기 포장을 마치면 간소하지만 격식 있는 과일 예단이 표현된다.
정성을 다한 포장 뒤에 수정 씨가 직접 찍어 SNS에 올리는 사진보다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고객들의 후기 사진이다. 덕분에 행사를 잘 마쳤다며 과일이 놓인 테이블을 찍어 보내거나 만족스러운 선물이 됐다는 인증 사진은 다음을 기약하는 무언의 약속이기도 하다.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으로 컵 과일을 단체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10개 이상 수량은 주문 예약이 가능한데 가격별로 구성이 달라져 선택의 폭도 넓다. 어린이집이나 기관, 단체에서 찾는 간식용 컵 과일이 있는가 하면 전세 버스나 행사 등에서 활용할 푸짐한 간식 상자도 있다.
인근 떡 가게와 협업해 준비하는 떡 과일 상자나, 따로 산 쿠키류를 더해 포장하는 과일 도시락은 보기 좋고 먹기 좋은 간식으로 만족도가 높아 재주문이 이어진다. 행사에서 손님으로 처음 접한 과일 도시락에 반해 다음 주문을 위해 버스를 타고 가게까지 찾아온 일도 있다. 과일을 직접 봐야 안심이 되는 중장년층도 수정 씨가 강조하는 신뢰에 마음을 열고 주문을 맡긴다.
수백 개의 주문이 들어온 때는 온 가족이 출동해 세척하고 손질하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한다. 제품만큼 높이 쌓인 과일 껍질은 소비자는 볼 수 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몇 단으로 차곡차곡 쌓인 컵 과일이 하나의 그림이다. 제철 과일이 나올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시장으로 향하는 수정 씨의 발걸음이 풍성한 여름을 맞아 더욱 가볍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